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81773?sid=001
같은 30대 초반이더라도 수도권에 거주할 경우, 비수도권 인구보다 결혼과 출산을 피하거나 미루는 ‘수도권 페널티’ 경향이 정부 공식 통계로 확인됐다. 첫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년 뒤 아이를 더 낳을 확률이 높았다.
집값 등에 밀려 수도권 사는 청년 혼인·출산 기피
국가데이터처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5~2023년 인구동태패널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1983~1995년생의 혼인·출산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는데, 혼인 비율이 가장 높은 남성 32살, 여자 31살을 기준으로 거주지·소득 등 사회적 변수에 따른 혼인·출산 변화를 분석해 발표한 첫 통계다.
이 나이에 남녀 모두 수도권에 살 경우, 다른 지역보다 미혼·미출산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구경북권·동남권 등 5개 권역 중 1988년생 남성이 32살 때인 2020년 기준 미혼 비율은 수도권이 69.1%로 가장 높고, 나머지 4개 권역은 62~66% 수준으로 낮았다. 미출산 비율도 수도권이 84.5%로 가장 높았고, 비수도권은 77~79%대였다.

1989년생 여성이 31살 때인 2020년 기준 미혼 비율 역시 수도권이 58%로 가장 높았고, 비수도권은 44~51% 수준이었다. 미출산 비율도 수도권은 77%였지만 비수도권은 63~68%대였다. 남성보다도 격차가 큰 편이다.
데이터처는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과 출퇴근 거리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지은 데이터처 사회통계기획과장은 “그동안 학계에서 ‘수도권 페널티’라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이 혼인과 출생에 썩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며 “통계로 집단을 고정시켜 놓고 보니 실제 숫자로 확인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페널티란 인구 과밀과 주거 비용 등 문제로 수도권에 거주할수록 결혼과 출산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구학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용어다.
소득 높을수록 결혼·출산 많이? 남녀 달라
또 다른 변수인 고용과 소득수준은 성별에 따라 혼인과 출산에 미친 영향이 반대로 나타났다. 고용이 안정적이고 소득수준이 높을 때 남성은 높은 혼인·출산 비율로 이어졌지만, 여성은 반대였다.
1988년생 남성이 32살 때 상시근로자의 미혼 비율이 63.7%였고, 상시근로자가 아닌 경우엔 72.4%였다. 반대로 1989년생 여성은 31살 때 상시근로자 미혼 비율이 58.8%로, 상시근로자가 아닌 경우(51.3%)보다 높았다. 이는 평균 소득을 초과하는 그룹에서도 같은 추세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여성의 경우 (안정적 고용·소득에도) 혼인이나 출산으로 경력단절이 있을 수도 있고, 경제활동으로 혼인이 늦어지는 현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휴직의 효과도 확인됐다. 2015~2020년에 첫 자녀를 출산한 상시근로자의 경우, 첫아이 출산 뒤 3년 이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이 3년 뒤 또 자녀를 낳은 비율은 남자는 46.4%, 여자는 39.2%였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이들의 다자녀 비율은 남자 39.9%, 여자 30.1%에 그쳤다.
김 과장은 “다양한 변수가 있어도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다자녀로의 이행이 일관되게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육아휴직을 통해 일과 양육의 양립을 경험한 사람은 생애 계획에서 균형 있게 관리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다자녀 출산으로 이어진다”며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 등 육아휴직을 실질적으로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