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 명의의 강남구 대치동 고급 빌라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연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70억원대 자산가인 오 시장이 반환 과정에서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룬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오 시장 측은 최근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침묵을 지키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당일인 지난 12일에서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세입자 A씨는 해당 빌라에서 2년을 거주한 뒤 계약을 갱신했다. 계약 만료는 2026년 2월이었지만 A씨는 지난 8월 초 오 시장 측에 이사 의사를 통보했다. 이후 10월 23일 이사 나갔지만, 오 시장은 약속된 날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등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오 시장도 A씨의 이사에 동의했으며 11월 말까지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기다려 달라"며 수차례 말을 바꿨다.
오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정과 관련 없는 사적 문제이며 임차인이 계약 기간 전에 나갔다는 말만 들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계약 기간 전 이사 승인을 받았더라도 내용증명 등을 통해 계약 종료 합의가 법적으로 성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해명에는 법적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갱신 후 임차인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A씨가 지난 8월 초 통보했다면 11월 초, 늦어도 11월 중순에는 오 시장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 측은 이달 12일에야 보증금을 반환했다. 법적으로 따져도 지연 지급이다. 변호사인 오 시장이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하는 11월까지 보증금 지급을 고의적으로 미룬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 시장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세입자가 사전 통보했고 (오 시장이) 나가라고 했다면 서류가 없더라도 암묵적인 합의를 한 것"이라며 "통상 집주인이 이사를 나가라고 하면 세입자 입장에선 이사 나갈 때 보증금을 받는 걸로 생각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특별한 사정 없이 보증금 반환을 지연했다면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사"라며 "만약 (오 시장이) 계약해지 효력이 발생하는 3개월 후에 돈을 돌려주려 했다면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해 관련 서류를 작성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연 이자도 쟁점이다. 민법상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면 연 5%의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보증금 13억원을 기준으로 하루 이자는 약 17만8000원이다. 하지만 오 시장 측은 별도의 이자 지급에 대한 언급 없이 원금만 반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집주인이 실거주나 새로운 세입자 확보 등 노력을 했어야 했다"며 "법적인 문제를 떠나 상호 간 계약 종료에 합의한 것으로 보이므로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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