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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연애해도 된다…문제는 그들이 파는 '유사연애' [K-POP 리포트]

무명의 더쿠 | 12-16 | 조회 수 2388
요즘 K팝 팬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돌의 이슈는 '연애'다. '아이돌도 사람인데 연애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지만, 이는 팬들의 마음이 좁아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바로 '유사연애'를 핵심 상품으로 설계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한 K팝 산업의 운영 방식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한 방탄소년단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당사자나 소속사의 공식 확인 없이 각종 추측이 빠르게 퍼졌고,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팬덤 내부에서는 감정의 균열이 먼저 일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의 초점은 사생활보다 관계의 약속으로 이동했다. 연애를 했는지보다 그동안 무엇을 전제로 팬과 관계를 맺어왔는지가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에스파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의 열애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일부 팬들은 사과를 요구했고 카리나는 직접 자필 편지를 통해 고개를 숙였다. 그 이전에도 트와이스 지효와 강다니엘, 엑소 카이와 블랙핑크 제니 등 여러 공개 연애 사례가 있었고 매번 팬들이 분출한 감정은 비슷했다. 배신감이다.

이 배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지금의 K팝 산업은 음악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팬미팅, 하이터치, 영상 통화, 유료 멤버십, 구독형 소통 플랫폼까지 더해지며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점점 '지속 결제형 친밀감'으로 설계돼 왔다.

음악방송이나 시상식, 소통 플랫폼에서 아이돌은 가장 먼저 팬덤을 찾고 사랑한다고 외친다. 연인 관계를 연상시키는 질투 어린 멘트를 던지는 일도 적지 않다. 이 말들은 팬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감각을 심어주며 앨범이나 MD를 과하게 구매하게 만들고, 소비의 문턱을 낮춰 지갑을 열게 한다. 소속사로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친밀함이 누적될수록 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응원이 아닌 준연인 관계의 감정선 위에 놓이게 된다.


K팝 산업에서 아이돌은 음악을 만드는 주체이자 동시에 감정과 이미지를 포장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그 상품성에는 실력과 콘셉트뿐 아니라 태도, 말투, 관계의 거리감까지 포함된다. 팬에게 가까운 존재로 인식될수록, 그 상품의 효용 가치는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은 무대 위에선 자유롭고 진취적인 아티스트로, 플랫폼 안에서는 다정하고 헌신적인 연인 대체재로 기능한다. 소속사는 이를 진짜 감정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치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그래서 아이돌의 연애는 상품 설정의 붕괴로 받아들여진다. 캐릭터와 상품 기획의 오류처럼 해석되는 것이다.

팬의 분노 역시 개인을 향하기보다 그 상품이 약속했던 이미지가 깨졌다는 데서 발생한다. 때문에 아이돌이 예술인 이전에 상품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연애 논란은 언제든 재현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문제는 팬의 과민 반응으로 환원하기 어렵다. '유사연애'를 핵심 수익 모델로 정착시킨 구조가 만든 필연적인 충돌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앨범과 공연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아이돌의 연애는 지금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K팝은 '사랑받는 느낌'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산업이 됐다.

해법 역시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소속사는 '유사연애'를 유발하는 친밀감을 독점과 배타성으로 포장하는 언어를 줄여야 한다. 아이돌 역시 팬과의 관계를 감정적 의존으로 과장할수록, 그 말이 언젠가 자신을 향해 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돌도 연애해도 된다. 한창 꽃다운 청춘에게 연애 감정이 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문제는 소속사와 아이돌이 무엇을 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선'이다. '유사연애'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판과 논란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취하지 않으면 된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65/000001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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