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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영화의 '작가'는 과연 감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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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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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즈의 마법사>는 빅터 플레밍이 감독으로 크레딧에 올라있지만 사실 5명의 감독이 연출했다. 그중 가장 많은 장면을 연출한 게 플레밍이었을 뿐이다.

그 5명과 각각의 대표작은 빅터 플레밍(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킹 비더(전쟁과 평화), 조지 쿠커(마이 페어 레이디), 노먼 터로그(스키피), 리처드 쏘프(아이반호).

킹 비더: 영화 초반 세피아톤으로 촬영된 캔자스 장면들 전체와 가장 유명한 넘버인 'Over the Rainbow" 장면을 연출했다. 토네이도에 휩쓸리는 장면도 비더 연출.

빅터 플레밍: 가장 많은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창 촬영하다 스튜디오의 명령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하러 떠났다. 남은 분량은 여러 감독들과 제작자 등이 직접 연출한 것으로 알려짐.

리처드 쏘프: 약 2주간 이런저런 장면들 연출을 맡아 프로덕션을 진행했다. 그러다 제작 측과 의견이 맞지 않아 세트를 떠났다.

조지 쿠커: 감독 교체로 프로덕션이 셧다운됐을 때 기용돼 영화의 전반적 세팅과 디자인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마녀의 캐릭터 디자인 등이 그의 손길이다. 그러나 촬영 자체는 한 컷도 연출하지 않고 세트를 떠났다.

노먼 터로그: 캐스팅과 각본 수정 등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전반을 책임졌다. 그리고 복잡한 특수효과 등의 테스트 촬영도 진행했다. 본편 영화 연출은 하지 않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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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일은 사실 할리우드에서 1980년대까지도 적지 않았고, 당장 같은 해에 같은 빅터 플레밍 연출로 나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실제론 3명의 감독이 연출한 결과물이다.

조지 쿠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무려 2년 동안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과 함께 프리 프로덕션을 전담했다. 로케이션 선정, 배우들 스크린 테스트 및 캐스팅, 여러 각본가들에 의해 수없이 다시 씌어진 각본의 최종 콘트롤 등등. 그런데 막상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촬영에 들어가고 3주만에 감독직에서 잘렸다. 이에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주연배우 클라크 게이블과의 불화가 주된 원인이었단 설이 가장 널리 퍼졌다.

빅터 플레밍: <오즈의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최종 편집본에 남은 장면들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연출했기에 감독으로 크레딧에 올랐다.

샘 우드: 플레밍이 <오즈의 마법사>와의 병행으로 지쳐 쓰러졌을 때 2주 동안 대타로 감독직을 맡아 여러 장면들을 연출했다. 휴식 후 플레밍이 돌아오자 바로 강판.


- 사실 이밖에도 많다. 특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워낙 거대한 프로덕션이라, 같은 시간에 3군데 세트장에서 동시에 각각 다른 장면이 촬영되고 있었다고도 한다.

위 3명은 그나마 기여도가 높은 감독들이고, 그 외에도 10명 가까운 감독들이 자잘하게 연출에 기여했다는 후문. 그중 가장 특이한 경우가, 바로 그 중에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도 있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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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이 히치콕이 설계하고 디테일까지 모두 감수한 장면이다. 부상병들을 기다리는 스칼렛 등을 담은 장면인데, 뒤에 둘의 그림자를 벽에 비춰 공간감을 부여하고 적막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살린 설계.


- 이렇듯 대형 프로덕션일수록 더더욱 여러 감독들을 한꺼번에 기용하는 분위기가 할리우드에선 1960년대까지도 성행하다보니, 1960년대 들어 프랑스 누벨바그 패거리들이 일으킨 작가주의 비평과 해석이란 게 정작 영화의 메카인 미국 영화를 두고선 어불성설이란 얘기가 많았다.

결국 '최종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느냐'로 넘어가면 대부분 감독보단 제작자 쪽에 무게가 실리고, 궁극적으론 자본을 대는 스튜디오 경영진에 의해 모든 것이 컨펌된단 구조가 성립돼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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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예컨대 1972년작 클래식 <대부>만 해도, 마이클 콜레오네가 이태리 식당에서 둘을 쏘는 이 장면은 감독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촬영해 러쉬를 넘기긴 했지만, 워낙 오락가락 찍어놓은 탓에 고용된 편집자들이 두손두발 다 들고 재촬영을 요구했다.

근데 제작자 로버트 에반스는 오히려 편집자들을 무능하다며 해고하고 자기가 직접 일주일 동안 편집실에 틀어박혀 이 어지러운 러쉬들을 자기가 직접 편집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낸 것.

코폴라는 심지어 상업영화 틀에 맞추겠다고 영화를 105분 분량으로 짧게 편집해 제출했는데, 이를 다시 170분으로 늘려 지금의 완성본을 만들어낸 게 에반스였다. 그래서 오히려 <대부>를 그저 단순한 마피아 상업영화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에픽으로서의 포텐셜을 감지해 그쪽으로 의도한 건 감독이 아니라 제작자 쪽이었단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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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7년작 <스타워즈>도 비슷한 맥락이다. 근데 여기선 제작자보다 편집을 맡은 리처드 츄와 폴 허쉬, 그리고 당시 감독 조지 루카스의 아내였던 마르샤 루카스 삼인방의 차력쇼가 더 유명하다.

<스타워즈>의 러프컷은 재앙 수준이었다. 각본도 엉망, 페이스도 엉망이고, 플롯도 뭐가 어떻게 벌어지는지 헷갈릴 정도. 그래서 편집자 짐 톰슨이 해고되고 위 세 사람이 대신 저 재앙덩어리를 맡게 된다.

이유없이 길고 늘어지는 초반부를 대폭 날려버리고, 쓰잘데 없는 장면들을 모두 쳐내고, 사실상 각본을 새로 쓰는 수준으로 앞뒤 전개를 바꾸고 전혀 다른 시퀀스에 들어갈 장면을 뜯어내 새로운 플롯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 경우는 제작자의 최종 결정이긴 해도 실제 영화를 재설계한 건 세 명의 편집자들이기에 그쪽으로 성공담의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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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은 각각 영화마다 파워 밸런스가 달라 영화의 '주인'은 영화마다 다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예컨대 <나이트호크>나 <코브라> 등 1980년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으로 크레딧에 오른 이들보다 스탤론 본인이 직접 연출한 분량이 훨씬 많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탤론 측에서 크레딧을 거부했을 뿐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마찬가지여서, 이스트우드가 스타로 발돋움한 1970년대부터 이스트우드는 워너브라더스와의 계약 조건으로 "촬영 시작 2주 내라면 이스트우드의 의향에 따라 감독을 교체할 권리"를 얻어낸 바 있다. 그렇게 <시티 히트>나 <타이트로프> 등 수많은 출연작들이 실제론 감독을 몰아내고 이스트우드에 의해 직접 연출됐단 후문.

한국에선 데뷔 감독들의 경우 베테랑 촬영감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촬감에게 휘둘린 영화 현장들이 여러차례 술회된 바 있다. 촬감이 실질적 연출이고 감독은 그저 각본가였을 뿐이란 것이다. 물론 미국도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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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촬영 현장에 나오지 않는 감독들도 많다. 존 휴스턴 같은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데, <크렘린 레터> 촬영장에서 촬영은 누군가에 의해 계속 진행 중인데 휴스턴은 하루 종일 전화박스 안에서 누군가와 통화만 하고 있었단 후문.

이런 경우는 의외로 2000년대 미국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사적인 문제 탓에 도통 촬영장에 나오질 않았던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 브라이언 싱어 건이다. 그래도 싱어는 감독 크레딧을 받았다. 그가 나타나지 않는 동안 영화가 누구에 의해 연출되고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누벨바그 패거리가 주창한 작가주의 이론이 지금까지도 대세로 자리잡은 건, 단순히 영화 소비자들이 그런 '신화'를 선호하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가 한 편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논리가 문학이나 음악, 미술과 같은 오래된 예술 미디엄을 통해 이미 익숙하기에 그렇게 예술 콘텐츠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를 바꿀 수가 없다는 것.

심지어 위 <대부>나 <스타워즈> 같은 경우에도 코폴라와 루카스라는 '작가'를 신봉하려는 영화팬들 의지가 워낙 강해 수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모두 무시하고 페이크뉴스 취급하려는 맹신적 분위기가 종종 목격된다.

- 감독 존 맥티어넌은 한 인터뷰에서 저 작가주의 이론에 대해 "영화제작에서 작가주의가 가능한 경우도 있을 순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는 한명이 제작과 감독, 각본을 모두 도맡았을 때"라며 "때론 그보다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많은 부분 자본 그 자체를 암시한 것이란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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