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석화 불황에 하청부터 ‘해고 칼바람’…연말 더 캄캄한 ‘여수 밤바다’
1,797 4
2025.12.16 08:40
1,797 4


“너무 억울합니다. 꼭 복직하고 싶어요.”

 

여수 롯데케미칼 공장 첨단소재사업부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지난 7월 말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 임아무개(43)씨가 말했다. 임씨는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 ‘1호 해고 노동자’다. 롯데케미칼 2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업무가 사라진 원청사 노동자들이 건축자재 출하를 담당했던 임씨의 자리에 배치되면서 도급 계약이 일방적으로 종료됐다. 임씨는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고,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일자리 되찾기’에 나섰지만 미래는 막막할 뿐이다. 광주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를 인정하더라도 기업 쪽에서 인정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할 수도 있어서다. 일할 때 받던 임금(350만원)의 절반에 그치는 실업급여(180만원)도 4개월 뒤면 끊기는데, 언론에선 여수산단 ‘구조조정’ 이야기가 매일 같이 흘러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더한다. 임씨는 한겨레에 “16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일했던 산단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일 한겨레가 찾은 여수산단 인근에선 실업의 두려움에 시름 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롯데케미칼 하청 노동자인 주아무개(48)씨는 “아직 일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 출하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현 인원(50명)의 절반이 감축된다는데, 당장 누가 잘릴지 모르는 처지라 아무것도 준비할 수 없다”며 “언론에선 기업과 공장을 어떻게 통폐합하고, 에틸렌 생산량을 얼마나 줄이기 위해 기업에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만 이야기하지, 우리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과 삶에는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대기업들에 에틸렌 생산량 감축을 골자로 하는 사업 ‘구조개편안’을 12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지만, 여수 시민과 노동자들의 삶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아 휘청이고 있다. 기업은 아직 구조개편을 시작도 못 했는데, 불황의 그림자는 이미 하청·특수고용직·일용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삶부터 집어삼키고 있었다.

 

특수고용직 형태로 일감을 받는 운수 노동자들은 일감이 줄어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다. 해고 통지를 받지는 않았지만 막막하긴 다를 바 없는 상태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여수지부가 지난 8월 조사한 내용을 보면 여수산단 내 컨테이너 운송 물량은 30.98% 감소했다. 한겨레가 이날 찾은 여수산단 내 화물차 쉼터엔 25톤(t) 트럭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조용환 여수지부장은 “2025년 상반기 여수산단 화물노동자의 월 매출은 평균 305만원 감소하고, 순수입은 201만원 줄었다”며 “최근 기름값이 오르면서 어려움을 커졌는데 대형 화물차량 할부금 유예나 생계 지원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플랜트(발전소)·건설 노동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월평균 9천여명의 노동자가 조합비를 납부했는데, 지난 10월에는 일하는 노동자가 3천명에 이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 자료인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 기준으로는 2025년 2분기 여수 산단 기업 140곳에 고용된 인력은 모두 1만677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30%(5070명)가 감소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플랜트·건설 노동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소 신규 건설 수주가 끊기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정비 일감도 줄자 플랜트·건설 노동자 상당수는 울산으로 향했다. 에쓰오일(S-Oil)이 울산에서 9조원을 투자한 샤힌 프로젝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토목 공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설비 공사에 돌입하면서 플랜트·건설 노동자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일 전남 여수 무선지구 식당가에 손님이 찾지 않아 한산한 모습. ‘임대’ 스티커가 붙은 식당·건물이 즐비하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지난 2일 전남 여수 무선지구 식당가에 손님이 찾지 않아 한산한 모습. ‘임대’ 스티커가 붙은 식당·건물이 즐비하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수천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떠나면서 그들이 머물던 공간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한겨레가 찾은 여수 무선지구 인근의 한 고깃집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부모님에 이어 2대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조아무개(39)씨는 “작년까지 우리 식당에서 밥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손님이 뚝 떨어져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며 “연말이면 엘지(LG)화학 같은 대기업 회식 예약이 꽉 찼었는데, 올해는 예약이 한 건도 없다. 여천엔씨씨(NCC)와 롯데케미칼은 아예 법인카드를 막아 버렸다더라”고 말했다. 무선지구는 석화 산업단지 내 플랜트와 공장 건설 쪽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이 인접해 있어, 저녁이 되면 노동자들이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불야성을 이뤘던 곳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도 무선지구 식당들은 거의 손님이 없거나 한두 테이블에서만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영업이 되지 않아 임대 딱지가 붙어 있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수 시청과 석화 대기업 사택에 인접한 학동지구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30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5)씨는 “석화 산업 위기가 언급되기 시작한 재작년(2023년)부터 조금씩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올해 초 같이 일하던 종업원을 내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장사해도 유지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여수 도심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5년 3분기 35.1%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 공실률(6.8%)의 다섯배가 훌쩍 넘는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81622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순수한면X더쿠💗] 압도적 부드러움 <순수한면 실키소프트 생리대> 체험단 모집 (100인) 263 12.18 28,30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43,61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27,33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381,67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45,19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08,99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2,08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8,1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8,68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83,07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98948 기사/뉴스 중학생 아들 버리고 몰래 이사…전화번호까지 바꾼 친모 6 23:33 739
398947 기사/뉴스 '쇼트트랙 미소 천사' 김아랑 선수 은퇴 3 23:24 1,622
398946 기사/뉴스 "당장 그만하세요" 의사들 경고…양치질 후 샤워기로 입 헹구면 '감염 위험' 38 23:15 3,007
398945 기사/뉴스 모범택시3 9,10화 에피소드로 참고한듯한 폭로 10 23:08 4,792
398944 기사/뉴스 아침에 잠 깨자마자 ‘이것’ 하면, 심장마비 위험… 뭘까? 6 23:06 2,442
398943 기사/뉴스 미성년자에 마약 강제 투약…정신 잃자 성폭행한 20대들 '중형' 11 22:57 1,434
398942 기사/뉴스 '말말말' 남긴 업무보고...투명한 국정? 정쟁 유발? 6 22:24 325
398941 기사/뉴스 K-모성애 못 놓은 '대홍수', 진짜 재난이다 [여의도스트리밍] 11 22:19 1,178
398940 기사/뉴스 지드래곤, 라이브 부담 됐나···지코에게 마이크 넘겼다('2025 멜뮤') 35 22:08 4,077
398939 기사/뉴스 20대 포르쉐 운전자, 필로폰 상태서 6중 추돌…징역 5년 13 22:07 2,148
398938 기사/뉴스 3명 하차한 '놀토' 편집 포기했나..키·입짧은햇님, 대놓고 원샷 출연 423 21:58 42,202
398937 기사/뉴스 라이브 자책' 지드래곤, 'MMA' 무대 어땠나..아쉬운 가창력→화려한 퍼포먼스 104 21:55 8,438
398936 기사/뉴스 "일주일 전에 취소 통보했는데, '노쇼'라며 예약금 10만원 못 준다네요" 26 21:53 4,587
398935 기사/뉴스 [단독] 카더가든, 신민아♥김우빈 결혼식 축가…주례는 법륜스님 20 21:41 8,701
398934 기사/뉴스 “민주주의 수호를” 계엄 시국선언문 썼던 학생회장, 하버드대 합격 22 21:24 2,873
398933 기사/뉴스 "일본 개라서 때렸다"…中 애견미용사, '시바견' 목 조르고 "너희 조상들처럼 짜증나" 47 21:18 1,519
398932 기사/뉴스 초등학생 끌고 가려던 러시아 국적 여성 구속영장 4 21:15 1,423
398931 기사/뉴스 "산타 지금 어디쯤?"…한국서도 70년 전통 전화 안내 즐긴다 3 20:58 1,267
398930 기사/뉴스 [단독] 쿠팡, 미국 로비서 '일본 흔적' 지웠다…한국 압박 노림수? 16 20:40 1,434
398929 기사/뉴스 [단독] '로비의 쿠팡'‥액수·대상 크게 늘리고 '워싱턴 관리' 19 20:33 1,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