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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월급 주는 아이돌? ‘노동’과 ‘투자’ 사이의 2.0 로드맵 [표준계약서 도입 16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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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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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아이돌 노조 출범과 함께 제기된 ‘아이돌의 근로자성 인정’ 및 ‘최저임금 보장’ 요구는 케이팝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아이돌노조 방민수 위원장은 “아이돌도 택배 기사처럼 ‘특수고용직’으로서 최저임금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계약서에 당해 연도 최저임금 보장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아이돌 노조 위원장 방민수 전 틴탑멤버(왼쪽). 사진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에 간 아이돌, K-POP의 성공 뒤에 가려진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 토론회 ⓒ뉴시스



하지만 기획사 측은 이를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요구’로 받아들인다. 핵심 쟁점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구조와의 충돌이다.

한국음악연대 윤동환 본부장은 “이미 일부 회사는 교통비, 식대 등 거마비 성격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회사의 선투자금으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아티스트가 정직원처럼 월급을 받는다면, 수익이 발생했을 때 지금과 같은 높은 비율의 정산(수익 분배)은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회사가 리스크를 모두 지고 급여를 줬으니, 수익은 회사가 가져가고 아티스트에게는 ‘성과급(인센티브)’만 지급하는 형태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남경 국장 역시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이 났을 때의 막대한 정산금은 그대로 받으려 하면서,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는 월급과 퇴직금으로 보전받으려는 태도”라며 “톱스타에게 월급만을 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 아이돌이 적자인 상황에서 모든 멤버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회사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지만, 현행 표준계약서가 특수한 업계의 현실을 다 담고 있지 못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의 표준전속계약서가 ‘불공정의 시정’에 방점이 찍혔다면, 현재 논의되어야 할 표준전속계약서의 키워드는 ‘균형과 책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팝이 글로벌 스탠다드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의 인권 보호라는 절대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계약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가장 시급한 점은 계약 기간과 조건의 유연화다.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계약 기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남경 국장은 “과거에는 연예인과 기획사가 합의하면 7년 이상의 기간으로 계약하거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연장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부분들이 폐쇄적으로 막혀 있다”면서 “기간을 일괄적으로 늘리거나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하에 계약 기간을 조정하거나, 융통성 있게 변경할 수 있도록 막혀있는 규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상호 협의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또 의무의 형평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남경 국장은 “현재 계약서는 회사의 의무는 구체적이고 많지만, 연예인의 의무는 ‘성실 의무’ 등으로 추상적”이라며 “관계가 수직적이지 않은 만큼 계약 내용도 평등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템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방지책은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문체부가 고시한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안에 따르면, 예술인의 소속사 이전에 따른 동일·유사 콘텐츠 재제작 및 판매 금지 기간은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면서 탬퍼링을 촉발할 수 있는 기대 수익을 낮췄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제3자의 계약 교란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명시적 제재 수단으로 작용하진 못한다.

윤동환 본부장은 “템퍼링 방지 조항을 넣는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것을 막을 순 없다”며 계약서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남경 국장 역시 “‘타인 접촉 금지’ 같은 조항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고, 내부 관계자에 의한 템퍼링 등 수법이 교묘해 명문화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행 표준계약서는 ‘신뢰’가 깨진 이후의 상황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아티스트 측은 정산의 투명성과 정신적 건강권 보호를 강조한다. 2024년 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회계 내역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여전히 세부 항목에 대한 불신은 남아있다.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단순히 얼마를 벌고 썼다는 결과값만 통보받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증빙 자료를 상시 열람할 수 있는 권리가 계약서에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악플이나 스토킹 등으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할 기획사의 의무 조항을 강화하고, 활동 중단 시 정신적·신체적 회복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의무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선 소속사와 이티스트의 소송 전 조정 절차의 의무화를 제안했다. 이 국장은 “연예인 측이 이슈화를 위해 바로 언론 플레이나 소송으로 가기 전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나 대한상사중재원 같은 기구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뮤지션 유니온(MU)과 같은 단체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의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나 공정위 산하 분쟁조정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를 표준전속계약서에 명문화함으로써 무분별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전과 소송 남발을 막는 안정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표준계약서 도입 16년, 케이팝은 산업의 규모도, 아티스트의 위상도 달라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보호가 아니라, ‘노동의 대가’와 ‘투자의 책임’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19/0003037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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