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사이버범죄 수사 과정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자증거 보전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김한규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을)은 자신이 대표발의한 이런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5일 발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 규정을 두고 있지만,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전자증거 손괴나 삭제를 사전에 방지할 제도는 없었다. 사이버범죄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가 소실되거나 위·변조되는 사례가 반복됐고, 수사 실효성과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정안 통과로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전자증거를 신속히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사이버범죄 수사 실효성과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안 통과는 국제 공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1년 유럽평의회가 채택한 부다페스트 협약은 사이버범죄 분야 국제협약으로, 미국·일본 등 비유럽 국가를 포함해 현재 78개국이 가입했다. 협약 가입 시 24시간 네트워크를 통해 늦어도 1주일 내 데이터 보전 요청이 가능하다. 해외 디지털 증거 확보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까지 소요되는 현행 절차를 고려하면,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국은 2022년 협약 가입의향서를 제출해 2023년 2월 가입 초청을 받았지만, 협약 제16조에서 요구하는 신속한 보전 제도를 도입하지 못해 아직 정식 가입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협약 가입을 위한 핵심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절차가 진행되면 G20 국가 중 사실상 유일한 미가입국 지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법무부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3개월 내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한규 의원은 "사이버범죄는 증거가 빠르게 사라지고 국경을 넘나드는 특성이 있어, 초기 대응이 수사 성패를 좌우한다"며 "개정안은 수사기관이 핵심 증거를 놓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국제 공조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원칙을 분명히 지키면서, 사이버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을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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