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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 위서 <환단고기> 질문 논란...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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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경청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자료를 보며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을 두고 야권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직접 다그친 것과 맞물리며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고, 개혁신당에서도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꼬집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명확한 평가를 꺼리는 가운데, 세부적인 사안까지 공개적으로 직접 묻고 답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단고기>는 단군왕검 신화에 등장하는 환인·환웅 등이 사실은 동아시아는 물론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다는 황당한 이야기의 근거로 쓰이는 '위서'이다. 일반적인 사학계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유사역사'이다. 극단적인 민족주의 사상을 반영한 데다,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사료나 고고학적 증거도 전무하다. <환단고기>를 신봉하는 이들은 '식민사관'에 물든 주류 역사학계의 우리 역사 죽이기라고 맞서지만, 오히려 <환단고기>의 저자인 이유립은 다수의 친일 활동을 펼친 이력이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그분들보다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주장이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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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 보고하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교육부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마이크를 잡고 직접 질문에 나섰다. 서양사 전공인 데다 뉴라이트 성향 논란이 뒤따랐던 박지향 이사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서는 당시에도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동북아 역사재단은 역사 문화 왜곡에 대응하는 조직"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역사 교육 관련해서 그 무슨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느냐?"라고 질문했다. 박 이사장이 "잘 모르겠다"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아예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라며 "고대 역사 부분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는 거잖느냐?"라고도 면박을 줬다.
연이어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이사장은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그 소위 '재야사학자'들이라고 하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게 그분들 이야기인 것 같은데"라며 "그분들보다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주장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라며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라고 재차 질문했다. 박 이사장은 "모든 역사가 다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그 기록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논란을 벌이고 있다"라며 "재단에서도 사실 한때 소위 재야사학자들하고 협력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별로 그렇게 결과가 좋지를 않았다"라고 털어 놓았다.
이 대통령은 "너무 심하게 싸웠느냐? 화해가 안 되는 모양이냐?"라며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 거냐? 근본적인 입장들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정리하면,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신봉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언급하며, 이를 '입장의 차이'로 규정했다. 직접 언급은 안 했지만, 전체적인 대화 맥락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이 마치 <환단고기>를 연구 가치가 있는 사료 중의 하나로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린다.
국민의힘 "진짜와 사이비 사이에서 국민에게 소신 강요...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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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통일교 특검' 제안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통일교 금품수수 연루 의혹 특검 제안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 이렇게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데,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는 '그때부터 나라를 건국했다'는 부분이 표현이 안 되어있는 것 같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반만년 역사라고 배웠고, <환단고기>는 70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아시아 전체를 권역으로 하는 나라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취지로 기억을 한다"라고 짚었다.
그는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의 공식적인 정사로 다루지 않아서, 책자 자체가 '위서이냐, 아니냐' 이런 식의 논란도 있었던 부분"이라고 짚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대통령이 그걸 질문한 의도를 알기는 어렵다"라면서도 "'기관장 면박주기' 일환으로 질문한 게 아니냐, 이런 취지라고 하면 대통령은 한 번 더 심사숙고하시라"라고도 꼬집었다.
송 원내대표는 "선거를 하는 과정에서는 '네편 내편' 이렇게 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대통령 뿐만 아니라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의 직위는 '네편 내편'이 아니고 국민을 위해, 모두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당연한 공직의 자세라고 믿는다"라며 "향후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자리에 함께한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환단고기> 같은 건 7000년 전에 한국이 세워졌다고 하는 건데, 1900년대에 기술하고 전파했다"라며 "신학의 영역이라고 해서 위서로 판정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팩트와 선동 사이에서, 진짜와 사이비 사이에서 국민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강조하고 강요하면 나라를 위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뭘 믿든 자유인데, 그건 개인의 자유이고, 시스템에서는 안 된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준석 "<환단고기>가 역사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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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대표, 'SSN 추진의 향후 과제' 세미나 인사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원자력추진잠수함(SSN) 추진의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 |
개혁신당도 같은 날 이동훈 수석대변인 명의로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랬더니 대통령의 '바닥'을 생중계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업무보고 생중계 중 불거진 일련의 논란들을 열거했다.
특히 "<환단고기> 논쟁은 더 기가 막힌다"라며 "검증된 학문과 유사역사학을 두고 '관점의 차이'로 정리했다. 몰상식을 국정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의 이런 지적 수준은 국가로선 위험 신호"라며 "그 생중계는 국정이 아니라, 익히 짐작하고 있던 대통령의 바닥을 한껏 보여주었다"라고도 힐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3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를 믿는 대통령 다음이 환단고기를 믿는 대통령이라니. 대한민국이 걱정된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환단고기>는 위작이다.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오며, 고고학적 증거와 정면 충돌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며 J.R.R.톨킨의 판타지 소설과도 비교했다.
그는 "더 심각한 건 대통령의 결론이다"라며 "검증된 학문과 유사역사학이 그저 '관점의 차이'라는 건가? 이건 지구평면설과 과학이 '입장 차이'라는 말과 같다"라고도 비판했다. "기록 이전 시대를 '선사시대'라 부르는 이유를 아시느냐? 사료가 있어야 역사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에 '쎄쎄(谢谢)'하시더니, 동북공정보다 더한 역사 환상을 국정에 끌어들이실 건가?"라고도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