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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상영관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주토피아2 모두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한국 영화요? 넷플릭스에서 보는데요."
디즈니의 '주토피아2'가 올해 모든 영화 중 최단 기간 400만 관객을 달성하면서 우리 영화계의 고민이 깊어진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한국 영화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시장 규모·투자 축소라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심화한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계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토피아2'의 누적 관객 수는 436만명으로 이번달 중순 안에 500만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개봉한 모든 영화 중 가장 빠르게 400만명을 넘어섰다.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800만 관객을 넘긴 '인사이드 아웃2'보다 빠르다"며 "연말, 방학 시즌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1000만 관객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토피아2의 흥행은 올해 영화시장의 경향을 대변한다. 모든 영화 중 관람객 1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567만여명)이며 상위 10위권 내에 해외 영화는 6개다. 20위 내로 확대해 봐도 절반인 10개 영화가 바다를 건너온 영화다. 우리나라의 영화는 2위 '좀비딸'(564만여명)과 7위 '야당'(338만여명)이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어쩔수가없다'나 '히트맨2'의 관객을 합쳐도 500만 관객을 약간 넘는 정도다.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영화계는 우리 영화의 부진이 예견된 결과였다고 설명한다. 최근 몇 년간 관람 수요가 감소하면서 시장이 쪼그라들고, 투자 축소로 기대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극장가를 찾은 전체 관객은 1억 2313만명으로 전년(1억 2514만명)대비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2억 2668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영화 수요 감소는 티켓 가격 인상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입자 수 증가 등 요인이 꼽히지만, 결정적으로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해 국내 영화 중 '파묘'나 '범죄도시4'는 모두 1000만 관객을 넘겼다. '베테랑2'도 700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올해는 '좀비딸'을 제외하면 5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가 하나도 없다.

주토피아2. /사진 = 디즈니 제공
관객들은 전보다 대체재가 많아져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영진위의 조사에 따르면 극장 관람을 꺼리는 이유로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24.8%), '품질 대비 티켓 가격이 올라서'(24.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연간 30회 이상 영화를 관람하다 최근 10회로 줄였다는 윤모씨(32)는 "가격은 오르는데 재미는 덜하니 굳이 영화관을 찾을 필요가 없다"며 "배우, 제작사들이 어렵다고 하지만 먼저 관객을 끌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한국 영화의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기간이 통상 3~4년 정도 소요되는 만큼 관객 감소로 쪼그라든 투자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내년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개봉작 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대작을 만들고 싶어도 관객이 없어 투자 유치조차 어렵다"며 "장르를 불문하고 '대박'을 치는 국산 흥행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