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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적인 월드컵…8강 진출 가능한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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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부상과 현지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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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16강 한일전 성사 여부도 주목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12/11/20251211182533136553.jpg)
'죽음의 조'를 피한 홍명보호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전망이 밝다. 축구 전문가는 한국이 최상의 조 편성 결과를 얻은 만큼 사상 첫 원정 8강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2위)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유럽 플레이오프(PO) D조 승자와 A조에 편성됐다. 유럽 PO D조에는 덴마크(21위), 북마케도니아(65위),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가 속해있다. 이 중 A조에 포함될 팀은 내년 3월 열리는 유럽 PO를 통해 결정된다.
만족할 만한 조 편성 결과를 얻었다. 한국은 포트 1에서 우승 후보가 아닌 상대적으로 수월한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만났다. 포트 3에서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버티고 있는 노르웨이(29위) 등 까다로운 상대를 피했다. 유럽 PO를 거치고 올라올 팀 중 가장 위협적인 이탈리아(12위)도 조별리그에선 만나지 않는다.
한국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 PO D조 승자와 1차전, 19일 같은 장소에서 멕시코와 2차전, 25일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3차전을 진행한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멕시코에서만 치르면서 이동 거리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조 편성 결과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월드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조에 속해있는 팀 모두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서로 간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 우리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조편성"이라고 했다.
이어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멕시코도 예전보다 전력이 약화됐다. 10번 만나면 한국이 네 번은 승리할 수 있다. 남아공과 경기했을 땐 일곱 번 정도는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전력이 앞선다. 유럽 PO를 거쳐 오는 팀들과 한국의 전력 차이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수는 '부상'이다. 김 위원은 "한국은 주축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다"면서 "핵심 선수들의 부상 없이 월드컵 본선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황희찬(울브햄프턴 원더러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같은 핵심 선수들의 이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적응도 변수로 꼽힌다. 조별리그 1, 2차전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해발 고도는 약 1567m로, 고원 도시다. 고지대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져 신체 조직으로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조금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차고, 지친다. 근육 피로도 빠르게 몰려온다. 최고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6월 멕시코의 더위도 걱정거리다. 단순히 더운 게 아니라 비까지 많이 내리는 고온다습한 기후다. 체력 부담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은 "현지 적응과 관련한 변수가 많은 만큼 컨디션 조절이 굉장히 중요한 월드컵이 됐다"면서 "A조에는 절대강자가 없고, 전력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다. 조별리그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체력 관리를 잘하고, 부상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명보호의 목표는 원정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인 8강 진출이다. 한국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내면서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을 낸 바 있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초로 48개국 체제로 진행되는 월드컵이다. 따라서 8강에 오르기 위해선 토너먼트에서 두 차례(16강전, 8강전) 승리를 거둬야 한다. 8강 진출이 더 험난해졌지만, 희망은 보인다. 김 위원은 "현재 대표팀 구성원들을 보면 충분히 8강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의 FIFA 랭킹도 20위권인 만큼 8강 진출이 '도저히 이뤄내기 힘든 일' 정도까지는 아니다. 32강과 16강에서 우승 후보들을 피한다면 8강 진출도 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만약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토너먼트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한일전도 관심사다. 한국과 일본(18위)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맞대결을 벌인 적은 없다.
만약 한국이 조 1위를 달성하고, F조(네덜란드, 튀니지, 유럽 PO B조)에 편성된 일본이 3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32강전에서 한일전이 열린다. 16강전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수도 있다. 한국이 조 2위, 일본이 조 1위로 32강에 오른 뒤 나란히 승리하면 16강에서 만난다. 한국과 일본이 둘 다 3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16강에서 격돌하는 대진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 일본과 통산 전적에서 42승 23무 17패로 앞서있다. 다만 최근에는 3연패를 기록하는 등 열세다.
한일전에 대해 김 위원은 "일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을 앞서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다. 미세하게 앞서는 수준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 수준 정도는 아니다. 맞붙었을 때 '한국이 패한다' '일본이 무조건 유리하다'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일전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누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 정도 격차는 중립 무대인 월드컵에서 충분히 좁힐 수 있다. 또한 현지 적응 등과 관련된 변수도 많기 때문에 월드컵 토너먼트 단판 승부에서 붙었을 때 누가 이길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51211182423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