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cGwJjFUI-gQ?si=aOK4Ulc5l5W-VAKF
인천 영종도 세계 평화의 숲입니다.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었고 20여 년 전부터 주민들이 숲을 가꿔온 곳입니다.
도심 속 생태 환경이 뛰어나 산림청이 모범도시숲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숲의 나무들이 한꺼번에 잘려 나갔습니다. 며칠 만에 수백 그루가 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자전거길을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찬수/주민 : 24년 동안 가꿔놨는데 이렇게 자전거 도로 낸다고 생태계를 파괴해버리면 되겠나 이 말이에요.]
[박동안/주민 : 여기 건너가면 자전거길이 있는데. 이 안에도 부분적으로 다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왜 자전거길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는데…]
숲속으로 더 들어와보니 나무에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자전거 이음길 공사라고 적혔는데 발주처는 인천 중구청입니다.
또 이쪽에 굴착기 한 대가 보이고 그 옆에 잘려 나간 나무들이 있습니다.
[홍재화/숲 해설가 : 산책길에서 몰래 공사를 진행해서 저희도 750m 뚫릴 때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현수막은 붙었더라고요.} 현수막도 10월 4일부터 공사 시작한다고 했는데 11월 초에 붙인 겁니다.]
숲에 1.5km 자전거길을 내려다 절반쯤 베고 멈췄습니다.
주민들 항의가 시작돼서입니다.
하지만 굴착기가 숲을 한번 관통하면서 이미 수백 그루 나무가 잘린 뒤였습니다.
원래 숲이었던 곳에 길이 만들어지고 빨간 깃발도 꽂혔습니다.
뿌리째 뽑힌 나무들도 보이고 수십 년 된 소나무도 확인됩니다.
그리고 참나무도 있습니다.
나이테만 세어봐도 20여 년 흔적을 알 수 있는데요.
나무 곳곳에 이렇게 긁힌 듯한 상처들이 눈에 띕니다.
한 주민은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담당 공무원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조고호/주민 (고발인) : 이 숲이 방진, 방음, 방풍 그런 역할을 심장과도 같은 중요한 숲인데…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거든요.]
지자체는 "산림청 등의 허가를 받거나 주민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 : 고사목이나 잡목으로 해서… {소나무와 참나무도 벌목하신 거 아니에요?} 조금 나올 수밖에 없죠. 부득이하게… 법적인 공청회를 해야 하는 그런 사업은 아니에요.]
숲에 자전거길이 필요한 이유,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인천 중구청 관계자 : 막 달리다가 느림의 미학으로… {자전거길이 느림의 미학은 아니지 않아요?} 천천히 가는 것도 있죠. 여기 가다가 좀 쉬면서 가라는 그런 취지도 있기 때문에…]
취재가 시작되자, 지자체는 뒤늦게 숲을 원상 복구하고 주민들과 소통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지자체는 나무를 베고 자전거길을 만들면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연과 공존을 위해 필요한 건 숲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숲을 지키는 노력일 겁니다.
[영상편집 홍여울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권현서]
이상엽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437/000046825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