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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유족을 우리 편으로”…쿠팡의 대외비 ‘산재 대응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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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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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80819?sid=001

 

쿠팡 제국의 그늘 3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연 ‘국회 기후노동위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유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연 ‘국회 기후노동위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유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에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대응 계획을 세운 문건이 나왔다. 산재 발생 직후부터 유족과의 합의까지 구체적인 방안들이 꼼꼼히 적혀 있다. 올해만 물류센터 4명, 택배기사 4명 등 모두 8명이 일하다 숨진 쿠팡에서 산재 예방보다 ‘입막음’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한겨레·문화방송(MBC)·뉴스타파 공동취재팀이 입수한 쿠팡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만든 ‘위기관리 대응 지침’을 보면, 산재 발생, 병원 대응, 장례식장 등으로 구분해 단계마다 쿠팡 직원들이 유족을 상대로 해야 할 일들이 적혀 있다. 목적은 ‘유족 회유’다. ‘미션’(임무)이란 항목에는 “유족을 우리 편으로 만든다. (유족에게) 오염된 정보를 차단한다”고 돼 있다. ‘대외비’인 이 지침은 2021년 1월 만들어졌고, 최종 수정일은 2023년 3월이다.

쿠팡 직원들은 산재 발생 직후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119 구급차가 재해자를 후송할 때는 119 대원이 하차를 요구하지 않는 한 무조건 동승”하고, 병원에 도착해서는 “병원 주변의 동향(기자·노조 등)을 파악해 노사·홍보 등 관련 부서에 즉각 전달”하라고 했다. 병원 상황을 하루에 3번씩 위기관리팀에 보고하라는 내용도 있다.

병원에서 만나게 될 재해자의 가족에게는 “사건 발생 상황을 ‘사건내역’에 근거해 정확히 설명”만 할 뿐, 문서 내용과 영상은 피해자 가족이나 의료진 등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말라고 돼 있다. 사건내역은 쿠팡이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한 문서를 말한다. 여기엔 산재 발생 일시·장소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작성한 사고 개요, 재해자의 인적 사항과 검진 이력, 재해자의 12주 평균 근로시간 등 사망 원인을 파악할 때 핵심적인 정보가 들어 있다.

쿠팡은 합의를 목적으로 유족과의 관계 형성에도 굉장히 공을 들인다. 쿠팡은 장례식 대응팀을 2명 이상 배치해, 신발정리·서빙지원·운구동행 등의 장례 지원을 하도록 했다. 이 ‘행동지침’의 목적은 “오염된 정보를 차단한다”였다. “거짓된 사실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유족 주변을 지키라”고 돼 있다. 지침에선 “회사에 의지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을 확보”하면서 “회사의 과실 여부에 따라 합의·지원 방안 결정”, “장례비는 합의와 연계” 등 구체적인 사안이 언급됐다.

 


쿠팡은 유족이 노조나 노동단체와 연계할 것을 우려해 “유혹적인 선동이나 잘못된 정보가 많이 들어올 수 있는데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면서 “궁금한 것이나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회사를 믿고 협의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알게 하라”고 했다. 지침의 마지막 문구엔 “이후 단계는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여기에 기록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쿠팡에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지침에 나온 상황을 직접 겪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정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져 동료가 숨져도 부고장조차 돌지 않는다”며 “올해 겨우 사망자 한분의 장례식장을 찾아갔는데 쿠팡 직원들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3~4명이 상주하면서 노조를 감시하는 느낌이었다. 유족이 노조를 만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했다”며 “2023년엔 과로사로 추정되는 노동자 유족과 함께 부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긴 적도 있다. 쿠팡과 합의한 이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족이 노조와 접촉한 뒤 쿠팡과의 합의금이 올라간 사례도 있다. 강민욱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쿠팡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유족 쪽에서 먼저 노조에 연락해 만났다. 택배 영업점에서 유족이 노조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억대의 합의금을 높여 불렀다”고 말했다. 강 준비위원장은 “합의사항엔 외부에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합의 이후 유족들과 소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족이 노조에 제공한 택배 영업점 단체대화방 갈무리 내용을 보면, 관리자가 “다른 업체에 ○○님(재해자)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쿠팡에서 이번 일 안 새어나가게 해달라고 하네요”라는 대목이 있다.

쿠팡의 지침을 두고 사실상 ‘산재 은폐 매뉴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권영국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대표(변호사, 정의당 대표)는 “쿠팡은 유족을 상대로 자신들을 ‘선’, 노조를 ‘악’으로 구분하도록 가스라이팅 해 가족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채 합의하게 하고 중대재해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쿠팡에 불리한 산재를 은폐할 의도를 가지고 매뉴얼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익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도 “중대재해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문서를 유족에게 보여주지 말라는 것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이라며 “중대재해를 개인에 대한 보상 문제로만 접근해 사건을 축소할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해당 문서는 승인되지 않은 문서다. 억측을 바탕으로 한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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