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율’ 협의 구두로 진행…계약서엔 無
매년 마진 인상 요구…광고비·성장장려금 등 명목 다양
‘최저가 매칭’에 마진율 활용…“손해는 협력사가”
업계 “공정위·쿠팡 소송이 향후 분기점”
쿠팡이 매해 협력사에 이른바 ‘마진율’을 높이라고 요구하면서 중소 규모의 협력사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다른 유통업체와 판촉 행사를 진행해 정해진 마진율이 떨어지면 쿠팡은 광고비 등으로 이를 보전토록 요구하고 있다.
1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매년 11~12월 사이 협력사와 ‘연간 협상’ 기간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매입 단가 등을 논의해 쿠팡이 협력사로부터 제품을 사들인 뒤 판매하는 ‘상품공급계약서’를 작성한다.
협력사들은 ‘마진율’이 계약서에 작성되지 않고 구두로 결정된다고 하소연한다. 업체마다 마진율이 다르고 일부는 40% 이상을 요구받고 있다.
쿠팡은 공식적으로 ‘마진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지만 각 카테고리 MD(상품기획자)는 연말이 되면 ‘Gross Margin’(GM)을 정해 협력사에게 통보한다. 만약 올해 GM이 40%였다면 내년은 41%로 올리자는 식이다. 쿠팡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1만원에 판매할 경우 4100원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한 중소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쿠팡이 매년 GM을 올려 41%에 달한다”며 “경쟁사인 마켓컬리는 입점 후 한 번도 마진율을 올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내년에 약 42%의 마진율을 달라고 한다”며 “온라인 매출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곳은 마진율을 올려주고 더 많이 팔자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성장장려금이나 광고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마진율을 관리한다. 일부 협력사는 마진율을 높이지 않고 광고비나 성장장려금을 더 내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 중견기업의 올해 광고비는 70억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최저가 매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쟁 채널 가격 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판매가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마켓컬리나 무신사 등이 판촉 행사로 가격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낮추면, 쿠팡에서도 같은 제품 가격이 내려간다. 이때 목표 마진율에 변동이 생기고, 쿠팡은 마진율이 떨어진 만큼의 성장장려금이나 광고비를 협력사로부터 요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쿠팡의 ▲마진 손실 보전을 위해 광고를 요구한 행위 ▲판매촉진 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에 비용을 100% 떠넘긴 행위 ▲연간 거래 기본계약에서 약정하지 않은 판매장려금을 수취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고 과징금 약 33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듬해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쿠팡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 과징금을 취소했다. 현재 공정위가 불복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중소 협력사들은 쿠팡 점유율이 높아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이 22.7%로 1위를 차지했다. 중소·중견 업체의 경우 자사 온라인 매출 50% 이상이 쿠팡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한 중소 식품업체 관계자는 “쿠팡에 검색 광고비를 쓰지 않으면 노출이나 판매가 잘 안되고,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도 원치 않은 광고비 등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광고비를 두고 쿠팡과 계약서를 쓰긴 하지만, 실제로는 마진율 보전을 위해 쿠팡이 요청하면 따라야 하는 구조”라며 “최저가 매칭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협력사가 메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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