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레테 없앤다더니 ‘토플 100점’이 초등 선발기준 …선넘은 대치동 어학원
1,961 43
2025.12.09 18:08
1,961 43

대치동 어학원 '토플 100점' 기준 제시
토플 100점은 美 명문대 입학요건 수준
'7세고시' 폐지 움직임에 대치동 '요동'
학부모 "황당"···전문가 "레테 폐지, 요식적"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서 올린 입학 개편 관련 공고 갈무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서 올린 입학 개편 관련 공고 갈무리.
[서울경제]

‘4·7세 고시’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초등 어학원이 ‘토플(TOEFL) 100점’이라는 입학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의 레벨 테스트(레테) 폐지 요구가 높아지자 학원가가 이를 우회하기 위해 또 다른 선발 기준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9일 학원가에 따르면 이달 초 대치동의 P 어학원에서는 내년 3월부터 현행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토플 100점 이상을 받았거나 자체 영어 능력 평가를 통과한 이들을 대상으로 원생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의 경우 토플을 100점 이상 받거나 학원의 온라인 수업을 6개월 이상 수강한 경우, 혹은 자체 영어 등급 시험을 통과한 경우에만 2차 시험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신청 자격 중 하나로 제시한 토플이 대학생·취업자 등 성인에게 적합한 시험이라는 점이다. 현재 P 어학원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토플은 영어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외국인 학생들의 영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됐다. 읽기·듣기·말하기·글쓰기 등 언어의 전 영역에서 긴 지문을 소화해야 해 성인도 고득점을 받기 쉽지 않다. 이러한 토플에서 100점을 맞았다는 것은 미국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다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서울의 한 영문학부 교수는 “서울대에서도 토플 100점을 맞을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초등 어학원이 선발 기준으로 토플 고득점을 제시한 데는 정부의 어학원 레테 폐지 압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어학원은 공지를 통해 “폭넓은 시야와 공신력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학생의 영어 역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면서 “입학을 위한 시험 준비가 아닌 실력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행 입학시험을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어학원이 언급한 ‘입학을 위한 시험’은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이 치르는 이른바 ‘7세 고시’와도 연결돼 있다. 대치동에는 유명 초등 어학원의 레테를 통과하기 위한 ‘프렙(prep) 학원’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초등 어학원의 정책은 줄줄이 미취학 아동 학부모에게 영향을 끼친다. 유명 초등 어학원 입학시험을 신청하기 위해 대치동 학부모 사이에서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수강 신청 사이트를 이용하라는 ‘꿀팁’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닐 정도다. 엄마들의 필수 업체로 꼽히는 레테 신청 대행 업체에서도 유명 어학원 성공 수기를 수십 건 이상 게재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이 이어지면서 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빗발쳐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 8월 “극단적 선행학습 형태의 조기 사교육이 아동 인권 전반에 초래하는 문제가 중대하다”면서 교육부 장관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교육부는 태스크포스(TF) 격인 영유아사교육대책팀을 꾸리고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을 단속하는 등 후속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P 어학원의 변화가 정부 규제 우회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P 어학원 외에도 대치동 유명 어학원들 사이에서는 레테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수준별 분반을 폐지하는 등 임시방편을 만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어 사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는 박 모 씨는 “최근 시장의 초점이 점점 나이가 어려지는 만큼 어렸을 때부터 성적표가 나오거나 합격과 불합격이 있어야 한다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 됐다”면서 “(7세 고시 폐지 등) 정부 규제가 속도를 내면서 많은 관계자가 불편해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치동 학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플을 100점 이상 맞는 아이면 어학원을 왜 보내겠느냐”면서 “이미 완성된 아이만 가르치겠다는 의미인 듯해 씁쓸하다”고 했다. 반면 P 어학원의 공지가 발표된 후 일부 학부모들은 토플 과외를 문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전은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레테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학원들이 많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월반을 하고 싶으면 말하기 동영상을 찍어 제출하라’는 등 우회적으로 레테를 치르는 학원들이 많다”면서 “현재 발의된 ‘레테 금지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지 사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현장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565269?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4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리디 맠다💙] 1년에 단 한 번! 웹툰 만화 웹소설 최대 90% 할인 리디 맠다 이벤트 135 12.05 75,19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251,75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0,890,24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296,27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225,01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00,50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0 21.08.23 8,446,09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3 20.09.29 7,376,80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89 20.05.17 8,568,95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58,63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64,7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96927 기사/뉴스 쓰레기 봉투도 0.6리터…1인가구가 바꾼 일상 26 02:13 4,358
396926 기사/뉴스 쿠팡 압색 10시간 만에 종료…영장에 적힌 피의자는 1 02:09 1,316
396925 기사/뉴스 지하철 좌석에 용변…“올해 시트 교체만 100건” 30 02:04 3,315
396924 기사/뉴스 [속보] 대구 식당서 칼부림, 20대 여종업원 중상…“일면식 없어” 34 01:10 3,535
396923 기사/뉴스 성범죄 소년범, 소년법의 입법취지는 어른과 동등한 책임을 지게 하며 재범방지에 있어(작년 기사) 2 00:18 522
396922 기사/뉴스 이창섭, 11일 '365일' 발매…영화 '오밤세' 감동 더한다 1 00:01 260
396921 기사/뉴스 한화가 한국 최초로 국내 최초 ‘R&Dㆍ마케팅용’ K9 자체 보유 3 12.09 1,164
396920 기사/뉴스 ‘얼마나 X같이 살면 소년원을 가냐’…소년범 주홍글씨 [취재후] 217 12.09 22,147
396919 기사/뉴스 ‘키 2m’ 서장훈만?…뻗어도 손 안닿는 서울시 ‘전기차 충전기’ 8 12.09 2,111
396918 기사/뉴스 '원전 16기 규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지방 이전해야" 6 12.09 1,051
396917 기사/뉴스 직장 괴롭힘으로 직원이 자살하고 지난 3년간 자발적 퇴사 인원이 33명, 정원 80명 안팎의 기관에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22건인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은 어디??????? 21 12.09 4,839
396916 기사/뉴스 12세 소녀와 성관계한 40세 변호사, 법정서 “감정 교감한 사랑 관계였다” 14 12.09 3,626
396915 기사/뉴스 구리 ‘서울 편입’ 추진 본격화…시 “의회 요구 반영해 보완책 마련” 25 12.09 1,831
396914 기사/뉴스 [단독] 박나래, 마약류 관리법 위반 수사 받는다 27 12.09 6,139
396913 기사/뉴스 베트남서 또 한국인 사망…욕실서 숨진 채 발견 18 12.09 6,125
396912 기사/뉴스 국회 외곽 담장에 불 지른 남성 체포…'정치 불만' 추정 11 12.09 844
396911 기사/뉴스 "집에서 어머니가..."라며 김용현 변호인단 어르고 달랜 지귀연 [12.3 내란 형사재판] 9 12.09 1,008
396910 기사/뉴스 코요태, 오늘(9일) 데뷔 27주년 자축…“한결 같은 사랑 감사해” 7 12.09 384
396909 기사/뉴스 임은정, 백해룡에 "추측, 사실과 구분해야…증거는 밀수범들 진술이 전부" 10 12.09 1,091
396908 기사/뉴스 박나래 매니저 "오해 풀렸다고?…'소송하자'더라" 13 12.09 2,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