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446448?sid=001
조진웅 강도·강간 연루 의혹 이후
소년법 취지와 공인 책임 기준 충돌
2차 가해·낙인 우려·제도 개편 논쟁 격화

배우 조진웅.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교 시절 강도·강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배우 조진웅(49·본명 조원준)씨가 은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강도·성폭행 같은 중대 범죄에 '소년'이라는 표현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주장과 "소년범에게도 재사회화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반발이 정면 충돌하면서 사회적 논쟁으로 번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제도 개편까지 거론되며 파장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 논란 이후 사회 각계에서는 '소년범'이라는 표현이 강도강간이라는 범죄의 성격을 지나치게 희석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성폭행 혐의가 포함됐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작가로 활동 중인 박모씨(37)는 "타인의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소년이었기에 용서해야 하고, 이를 문제 삼는 자체가 교화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논리로 이어진다면 청소년들에게 '범죄를 저질러도 사회는 받아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미성숙함으로 덮기에 성폭행은 너무 큰 죄" "공인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등 조씨의 은퇴가 늦었다는 의견이 여럿 포착됐다.
조씨가 공적 영향력이 큰 유명 연예인이었다는 점에서 소년범 보호 논리를 공인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간 학교폭력·성폭력 가해자의 연예계 활동이 피해자 문제 제기로 중단돼 온 배경에는 대중의 지지로 부와 명예를 얻는 직업일수록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해 온 사회적 감수성이 작용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사람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고통"이라며 "(조씨가) 공인으로 활동하려 했다면 과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피해자·대중에게 전하려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대리한 김재련 변호사도 "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을 받았다고 해도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가해자가 사과나 책임을 다했는지는 별도의 문제"라며 "피해자에 대한 위로 없이 가해자 복귀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소년범 보호 논리가 아닌 왜곡된 옹호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반면 조씨의 과거를 다시 공론화하는 것이 과도한 '영구 낙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소년법 32조는 보호처분이 장래 신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심리와 처분도 모두 비공개다. 이는 소년범에게 새롭게 살아갈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원칙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년사법의 특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조씨가 범행에 직접 가담했는지,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참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에도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 여론이 단정적으로 흐르는 점 또한 문제로 대두된다. 박인숙 법률사무소 청년 변호사는 "소년 사건의 경우 성인 형사재판과 달리 가담 정도나 증거 판단이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상황이면 공범 여부가 불명확해도 '예방 목적'으로 같이 처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소년법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소년보호사건 접수 건수는 △2021년 3만5438건 △2022년 4만3042건 △2023년 5만94건 △2024년 5만848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촉법소년 접수 건수는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진영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요즘 청소년들의 경우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인과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양형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