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만 16세 미만에 대한 SNS(소셜미디어) 사용 금지 조치에 나섰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어린이 및 청소년 보호 규제 조치가 강한 나라지만 SNS를 전면 금지한 것은 유례없는 강경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모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X(옛 트위트), 유튜브 등 전 플랫폼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에서도 이번 조치가 화제다. 한국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쓰는 SNS인 메타의 인스타그램이 조치 대상에 포함돼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10대(20세 미만)의 인스타그램 이용자 숫자는 404만명으로 집계돼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SNS 앱 1위로 기록됐다. 2위는 틱톡(200만명)이었고 핀터레스트(169만명), X(160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은 10대 외에 20, 30, 40대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 SNS로 집계됐다.
인스타·틱톡 등 SNS별 청소년 안전조치 마련해 시행 중
한국의 경우 10대 청소년의 SNS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는 없다. 다만 개별 플랫폼 별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메타코리아는 올해 1월 인스타그램 청소년 계정 정책을 도입, 국내 18세 미만 청소년의 애플리케이션 이용을 일부 제한했다. △10대 계정 비공개 △상호 팔로우 시에만 개인메시지 전송·게시물 열람 가능 △성적·폭력적·미용 시술 관련 콘텐츠 시청 제한 △사용 시간 1시간 이후 종료 권고 알림 △오후 10시~오전 7시까지 사용 제한 모드(알림 기능 해제) 등이다.
또 16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가 해당 조치를 해제하려면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를 받도록 했고, 보호자가 '감독 모드'로 청소년의 SNS 사용 시간이나 팔로우, DM(다이렉트 메시지) 대상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역시 18세 미만 사용자의 이용 시간을 '하루 60분'으로 제한하는 등 청소년 보호 조치를 시행중이다. 2020년부터 18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 계정에는 이용시간 제한, 이용시간 초과시 알림 등을 적용했다. 또 하루 100분 이상 틱톡을 사용하는 청소년 중 기본 설정인 '60분 이용 제한'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게임이나 별도 인증 절차를 통해 스스로 사용 제한 시간을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부모가 자녀의 이용 시간을 요일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한 '패밀리 페어링'도 2020년 4월 시작했다. 최근엔 청소년들이 알아서 SNS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ASMR이나 마음 챙김 기능, 명상 기능도 추가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금지·네이버는 AI봇으로 음란물 규제
국내 플랫폼들도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카카오톡의 경우 오픈채팅방을 통해 아동 대상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아예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 미성년자의 '오픈채팅'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지난 4월부터 시행했다. 보호 기간도 종전 180일에서 1년으로 연장했다. 또 오픈채팅 커뮤니티(공개채팅방)에는 세이프봇을 가동, 비속어나 욕설, 혐오발언을 자동 가림처리하고 있다. 네이버(NAVER) 역시 AI 기반의 음란물 차단 시스템 '그린아이'를 통해 이미지와 동영상 게시물을 차단한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SNS 사용 제한과 관련 "제도 설계는 간단하다. 문제는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과거 게임 셧다운제나 실명 인증 도입 시,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계정이나 카드 정보를 사용하는 등 우회 사례가 빈번했다. 16세 미만이라고 일괄적으로 차단해서 기대한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규제를 16세 미만에만 적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17세와 18세는 괜찮은지, 판단력이 다르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미성년 보호를 위한 규제가 잘 작동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콘텐츠 회피, 부모 정보 도용, VPN 우회 등으로 인해 원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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