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전 매니저들에 대한 '갑질' 의혹은 양측 간 맞고소 공방전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이 '주사 이모' 건은 수사가 개시될 경우 매니저들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장 사진을 촬영할 정도로 불법 시술 정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박나래의 지시에 따라 이 씨에게 시술 연락을 대신 전달하는 등의 행위가 '단순 방조'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 회장의 고발 외에도 또 다른 고발인이 이 씨와 박나래, 박나래 매니저들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향정), 의료법·약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으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낸 상태다.
복지부 역시 필요한 경우 행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사건이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나래 외에도 여러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자랑해 온 이 씨가 이들에게도 같은 주사 시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잉 목록에 있던 연예인들의 소셜미디어로 몰려가 "이 씨와의 관계를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연예계에서 '주사 이모'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살벌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고, 일반 병·의원은 사생활 등을 이유로 가기 꺼려하는 연예인들은 '출장 링거', '출장 주사'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지방 행사를 몇 개나 뛰어야 했던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차량이나 대기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스케줄을 소화했다는 것은 2010년대까지 마치 영웅담처럼 소비되기도 했다.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이들은 대개 연예인들 사이에서 '에스테틱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퍼져 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 병원이나 유명 피부과가 아니라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은 뒤 자체 화장품을 판매하는 등의 소규모 에스테틱 업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연결 고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번 연결되면 피부 관리부터 피로 회복, 각종 주사까지 한 사람에게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예인들 입장에서도 편의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방송가 관계자는 "성형외과나 일반 병원은 2013년 연예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태 등 논란으로 의약품 외부 반출에 매우 민감해져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반면, 소규모 에스테틱 쪽은 연예인들이 접근하기 쉽고 비밀 유지가 비교적 잘돼서 예전에도 이런 쪽으로 많이 연결됐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 씨와 인맥을 맺은 박나래가 자신과 친한 다른 연예인들에게 그를 소개했을 가능성, 이들이 이 씨로부터 불법 주사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주사 이모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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