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건진 법사’ 전성배씨 재판에서 통일교 지휘부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야 정치권, 김건희 여사 측과 접촉하려 한 정황이 담긴 통화 기록이 공개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2년 3월 대선 전후로 전씨와 통일교 간부가 통화한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전씨는 2022년 3월 30일 대선 이후 통일교 간부 이모씨와의 통화에서 “(김건희에게) ‘통일교가 최고다, 이번에 우리가 은혜 입은 거다. 그 은혜 갚지 않으면 안 된다’ 충분히 얘기했고, 여사님도 충분히 남득했다”며 “대통령 당선시켜주셨잖아. 그 고마움 잃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통일교가 대선 승리에 기여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2월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 서밋’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미국 전·현직 고위급 인사에 접촉을 시도했던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도 재생됐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통일교 간부 이씨에게 “13일(한반도 평화 서밋)은 비디오 메시지로 간단하게 출사를 할 거다”라며 “이 장관님(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 추정)과 두 군데 어프로치(접근)했고, 이쪽은 오피셜하게 가고 정진상 부실장이나 그 밑에 쪽은 화상대담이잖아요. 힐러리(전 미국 국무장관)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저커버그(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는 피하네요”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 후보의 인지도가…”라며 “물론 오늘 미국에서 ‘윤석열은 즉흥적이고 이재명은 실용적’이라고, 경기도정 경험치로 의외로 남북관계를 풀어낼 거라고 기사가 났다”고 두 후보를 비교하는 대화도 있었다. 같은 해 2월 통화에서도 “야권이나 여권이나… 회장님도 의논하고 해서 4명 정도 할라 그래요”라며 여야 접근을 병행한 정황이 나타났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재판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인 2022년 2월 이씨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여기선 나 의원이 “통일교에서 초청해서 오신 분들은 통일교에서 핸들링할 수 있는 건가?”라고 물어보고 “일정을 제가 가운데서 어레인지해줄 수 있음 좋겠다”, “가급적이면 제3의 장소 또는 당사에서 했음 좋겠다”라고 말하는 등 일정·장소 조율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달 김 여사 재판에서 공개된 샤넬 가방과 구두 등이 또다시 등장했다. 실물 검증이 필요하다는 재판부 요청에 따라 특검팀은 전씨로부터 확보한 샤넬 가방과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을 법정에 가져왔다. 재판부는 흰 장갑을 끼고 특검팀이 제출한 압수품들을 꺼내 구석구석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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