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상대로 한 이른바 ‘임신 주장 협박’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직 항소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판결이 던진 사회적 의미는 가볍지 않다. 단순한 개인 협박 사건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기본·원칙·상식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드러낸 구조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허위 정보를 근거로 금품을 요구한 점을 중대하게 봤다. 유명인의 사회적 위치를 악용하면 여론이 움직이고, 피해자가 대응을 꺼릴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가 범행의 배경이 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기본적인 윤리적 경계와 타인의 명예·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상식이 무너진 지점이다.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이런 유형의 범죄가 디지털 환경과 결합할 때 재생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허위 정보는 확인보다 확산이 빠르고, 여론은 판단보다 소비가 먼저다. 추측성 댓글과 왜곡된 여론 형성은 피해자에게 추가적 압박이 될 수 있다. 공동체가 유지해야 할 ‘신뢰의 인프라’가 흔들리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유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다시 점검하게 한다.
첫째, 허위 정보나 조작된 서사를 이용해 타인을 공격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기반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한다.
둘째, 공인의 사생활이 사회적 소비의 대상이 되기 쉬운 환경일수록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는 더욱 엄격히 차단돼야 한다.
셋째, 법 집행기관과 디지털 플랫폼은 악성 정보 유통, 표적형 협박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 있는 정보 소비자이자 공급자로서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무너진 상식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일은 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역할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의 자정과 성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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