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유모(29)씨는 ‘쿠팡 디톡스(해독)’를 실천 중이다. 지난달 29일 쿠팡에서 3370만명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직후 쿠팡 와우 멤버십을 탈퇴하고, 등록된 결제 수단과 주소록을 지우며 이용을 멈췄다. 유씨는 “매일같이 이용하던 쿠팡에 대한 불안함과 괘씸함이 커져 내린 결정이다. 처음엔 습관처럼 쓰던 앱이 없으면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활 습관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생필품은 이커머스로 구매하는데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더 비교하고 고민하게 됐다”며 “그 덕에 지출이 평소 대비 10% 정도 줄었다. 쿠팡을 이용하는 동안 과소비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쿠팡 사태’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면서, 쿠팡 디톡스를 경험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대규모 정보 유출, 그리고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안일한 대응이 잇따라 논란이 되자 쿠팡 이용을 중단한 시민들이 생활 패턴이 달라졌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쿠팡을 벗어나니 생활이 달라졌다” “쿠팡 없으니 거기에 맞춰 살게 되더라” 등 ‘쿠팡 디톡스’를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쿠팡 디톡스’ 찾는 시민들
실제 쿠팡 이용자는 감소세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594만746명으로, 쿠팡 사태 직전 1주일 평균(11월 22~28일)인 1594만8604명보다 떨어졌다. 쿠팡 사태 초기에는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며 이용자 수가 일시적으로 치솟았지만, 확인을 마친 소비자들이 실망감에 앱 이용을 줄이거나 삭제하면서 이탈 흐름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엔 쿠팡 디톡스의 장점을 인증하는 글이 여럿이다. 특히 음식부터 생필품 등 많은 물건을 쿠팡으로 구매하는 주부들의 경우 수시로 앱에 들어가 값싼 가격의 상품을 구매하느라 앱에 크게 의존했던 삶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맘카페에는 최근 “쿠팡 없이 생활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는데, 일주일 동안 좋은 점들을 발견했다”고 했다. 쿠팡으로 손쉽게 물건을 검색하고 결제까지 할 때와 달리, ‘진짜 이 물건이 필요할까’ 고민하다 보니 지출이 줄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네이버 카페엔 “쿠팡의 익숙함에 무뎌져 바보처럼 살기 싫단 생각이 들었다”며 “이참에 (생활) 패턴을 바꾸고 다른 온라인 사이트와 지역 상점을 두루 다녀볼까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간 유통업계에선 무료 배송과 새벽 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물류 정책이 많은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며 ‘락인(Lock-In) 효과’를 낳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이 그간 무뎌졌던 구매 습관을 점검하게 됐다고 본다. 서울에 사는 강모(32)씨는 “쿠팡 사태 직후 결제 수단을 지웠다. 주로 휴지나 양말 같은 생필품을 쿠팡으로 구매했는데 동네 대형마트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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