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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인 죽였잖아" 중국동포, 자랑하다…19년 만에 '덜미'[뉴스속오늘]

무명의 더쿠 | 12-09 | 조회 수 37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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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9일. 안양에서 호프집 여주인을 살해하고 도주한 40대 중국 국적 A씨가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범인이 죗값을 받은 건 무려 19년만이었다.

살인 후 "내가 불법체류자다" 자진 신고한 까닭


사건은 1997년 4월 11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대였던 중국 동포 A씨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 한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다. 만취한 A씨가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자 40대 여주인 B씨는 "정신 차리고 이제 나가라"고 항의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내보내려고 하자 부엌에 있던 흉기로 B씨를 무참히 살해한 뒤 도망갔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맥주병, 유리잔, 탁자 등 사건 현장에 남은 지문을 통해 금세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사건 바로 다음 날 A씨 주거지를 급습했는데, A씨는 이미 도주하고 없었다. 심지어 한국 땅을 밟고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A씨는 1991년 밀입국한 중국 동포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한국에서 전기설비공사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A씨는 살인을 저지른 직후 집에서 짐을 챙겨 곧바로 인천항을 향했고, 출입국관리소를 찾아가 "내가 불법체류자인데 고국의 아버지가 임종 직전이라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불법체류자가 자신의 불법체류 사실을 자백하면 과태료만 내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출국명령 제도'를 시행 중이었다. A씨는 자신의 밀입국 사실을 당국에 자진 신고하면서 강제 출국당하는 방식으로 도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살인자의 도피를 도와준 셈이기도 하다.

6년 만에 다시 밀입국…또 제도 악용해 외국인 등록까지


A씨는 대담하게도 2003년 6월 살인을 저지른지 약 6년 만에 다시 한국에 밀입국했다. 성까지 바꾸며 신분을 세탁했고, 한국에서 전기설비 업체를 운영하며 직원을 10여명을 둔 회사 대표가 됐다.

그러다 A씨는 2011년 한국 정부가 시행했던 '재외동포 고충 민원'을 신청했다. 해당 제도 역시 불법체류자가 자진 신고만 하면 혜택을 주는 취지로 시행됐는데, 10년 동안 불법체류한 재외동포를 외국인으로 등록해서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골자였다.

A씨는 이름을 바꿔 외국인 등록을 해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났고, 결혼까지 했다.

"내가 한국 사람 죽인 적 있어" 지인에 자랑


그렇게 영원히 묻힐 것만 같았던 A씨의 범행은 지인에 의해 들통났다. A씨는 지인과 술을 마시다 "내가 옛날에 한국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이를 듣고 있던 지인은 "무슨 소리냐"며 A씨의 허풍일거라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A씨가 말했던 사건이 미제사건을 다루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파를 탔고, 이를 보고 놀란 지인이 "A씨가 한국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데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믿을만한 제보라고 생각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씨 어머니 통화 기록을 추적하다가 A씨의 새로운 이름이 계속 뜨는 걸 수상하게 여겼고, A씨 지문을 조회했다. A씨는 1997년 인천항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가면서 지장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경찰이 조회한 A씨 지문과 이 지문이 일치했다. 19년 만에 범인이 잡히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2016년 7월 27일 경기 수원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1997년 4월 안양에서 호프집 업주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해외도피부터 공소시효 중단…처벌 가능


워낙 오래 전에 발생한 범행이라 공소시효가 문제였다. 특히 2007년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 발생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전에 발생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이었다.

A씨는 1997년에 살인죄를 저질렀고 붙잡힌 2016년에는 이미 19년이나 흐른 상황이라 공소시효 15년은 2012년에 완성됐다. 다만 다행히 해외도피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 A씨가 중국에 도피해 있던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약 6년 동안 공소시효가 중지됐고, A씨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2018년까지 연장된 것이다. A씨가 붙잡힌 2016년에는 공소시효가 2년 남아 있었다.

여기에 2015년 7월 31일 살인죄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태완이법'이 시행됐다. 시행 시점부터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살인 사건에도 소급 적용된다.

2016년 12월 9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의자는 피해자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해 죄책이 무겁다. 본국으로 도주해 형사처벌을 피하고 피해 회복도 안돼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우발적 범행이 인정되고 형사처벌을 받은 이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했다.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에 대해선 "재범 가능성이 적다"고 기각했다.

A씨는 '19년 만에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마음이 아프고 떨린다"고 답했다. '왜 범행 다음 날 중국으로 도망갔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이 있었다. 죄송하다"고 했다.

윤혜주 기자 heyjude@mt.co.kr




https://m.news.nate.com/view/20251209n02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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