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신천프러포즈 조성사업에 따라 지난 1일 남구 대봉교 인근 신천에서 흙 등으로 하천을 메우고 터파기 공사 등이 이뤄지는 모습(위)과 가물막이가 설치된 모습(아래). 백경열 기자
8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대구시는 지난 10월말 프러포즈 조성사업을 재개하면서 남구 대봉교 인근 신천 한가운데에 가물막이 시설을 설치했다. 현재 해당 구간에 흙을 메우고 터파기 등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구시는 이 곳에 인공섬 형태의 ‘프로포즈존’를 건설한 뒤 대봉교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가물막이 시설은 신천 중류쯤에 놓였다. 가물막이 폭은 해당 하천 구간 폭(약 50m)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6.5m에 달한다. 시는 공사 완료 시점인 내년 8월 직전까지는 가물막이 시설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의 조감도. 원형 데크 공간을 건설하기 위해 하천을 메운 상태다. 대구시 제공
가물막이로 인해 신천 하류부의 물길 대부분이 막히는 기간이 약 10개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같은 ‘하천 단절’ 현상이 길어지면 수질오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가물막이 설치 후 하류는 현재 유속이 느려지고 수위가 낮아져 가장자리 곳곳에 퇴적물이 쌓이는 현상이 목격됐다. 하천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심이 낮거나 아예 바닥이 드러난 구간도 적지 않았다.
김종현 엔에이피 자연생태연구소장은 “부영양화로 인해 수질이 악화돼 악취가 심해지고 해충이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물막이로) 예상되는 변화를 충분히 모니터링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게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천변을 자주 산책하다는 60대 이모씨는 “하천을 갑자기 막으면서 확실히 물의 흐름이 느려진 것 같다”며 “시민들이 여가를 보내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인데 수질이 더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천 생태계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호석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수질오염 현상이 길어지면 멸종위기종 수달 등 서식 생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며 “공사로 인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신천 프러포즈 공사로 인해 신천의 대표 어종이 바뀌는 등 생태가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어 매년 4~5월쯤 산란을 위해 상류 쪽으로 집단 이동하는 잉어의 생태가 영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대구 신천 곳곳의 바닥이 드러나거나 가장자리에서 부유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시는 프러포즈존 조성 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하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미리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하류지점 수위 저하에 대해 “최근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유량이 부족한 탓에 하천 흐름이 느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물막이를 놓으면서 터파기 현장 밑에 부유 물질을 걸러 줄 수 있는 오탁방지시설을 설치해 수질 오염 가능성에 대비했다”며 “공사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은 143억원을 들여 청춘 남녀를 위한 ‘사랑 고백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홍준표 전 시장의 지시에 따라 추진됐다. 시민단체 등에서 사업 재추진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구시는 사업을 강행 중이다.
본래 올해 2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가 지난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하천 범람 우려 등으로 한차례 중단됐다. 이에따라 준공 시기도 내년 4월에서 8월로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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