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288528?sid=102
이씨는 26세의 나이에 딸을 얻었다. 딸은 첫돌 무렵 뇌병변 1급과 지적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딸은 평생 누워 지내야 했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이씨는 딸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부터 식사와 목욕 등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
이씨의 남편은 생계를 위해 전국의 건설 현장을 떠돌았다. 아들은 성장해 분가했고 딸을 돌보는 건 오롯이 엄마 이씨가 감당해야 했다. 그는 1984년부터 2022년까지 딸만을 간병하며 보냈다.
이씨는 딸을 돌보며 직접 간병 일지를 작성했다. 그는 의사보다 세밀하게 딸을 관찰했다. 약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딸의 반응과 경련 횟수 등을 꼬박꼬박 적었다.
그러던 중 이씨는 2022년 1월 딸이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자 무너졌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든 딸은 말도 하지 못해 신음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이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이씨는 그해 5월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연수구 등촌동 자택에서 딸에게 수면제를 건넸다. 이씨는 딸이 잠들자 호흡기를 막았다. 이씨는 숨진 딸 옆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먹었으나 6시간 뒤 귀가한 아들에 의해 발견되며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 집행유예 선고…검찰 측, 징역 12년 구형→항소 포기
2022년 12월8일. 자신의 친딸을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선 64세 여성 이모씨가 "딸과 같이 갔어야 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38년간 간병해온 딸을 자기 손으로 살해했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징역 12년 형을 구형했다. 이씨는 "저는 나쁜 엄마가 맞다"며 오열했다.
피해자의 동생이자 이씨의 아들은 선처를 구했다. 그는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에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다.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이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며 "우리 가족이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라고 진술했다.
◇친딸 살해한 엄마, '38년' 뇌병변 딸 병간호 견뎠는데…'대장암' 3기 판결에 무너져
그해 12월8일 이씨는 법정에서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그때는 버틸 힘이 없었고,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쁜 엄마가 맞다"라고 재차 눈물을 쏟았다.
이씨의 가족들은 탄원서를 냈다. 아들은 "저는 누나를 시설에 보낼 수 없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어머니는 40년 가까이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사셨다. 어머니를 다시 감옥으로 보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시누이와 며느리도 "평생 자신을 희생한 분"이라고 선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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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결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살해 혐의를 받았으나 실형을 피한 판결이었다. 당초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고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큰 죄책감 속에서 형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며 삶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재판이 끝난 후 이씨는 아들을 붙잡고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