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80355?sid=001

8일 법무법인 원곡·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등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장애차별 발언 법관, 검찰의 기피신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나린 기자“장애 여성 피해자에게 재판장이 차별적 질문을 한 것, 검사가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은 것은 사법기관의 장애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장애 여성이 받는 이중 차별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과 같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 종사자에게 강간 피해를 입은 중증 지적장애 여성 ㄱ씨를 대리하는 박민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8일 대검찰청을 향해 “장애 여성에 대한 법관의 차별과 2차 가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관 기피 신청을 해달라”고 외쳤다. 이날 법무법인 원곡·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등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장애차별 발언 법관, 검찰의 기피신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생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보낸 ㄱ씨는 지난 2022년, 50대 남성인 시설 운전기사에게 4차례에 걸쳐 강간 피해를 입었다. 해당 남성은 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연인 사이에서 이뤄진 성관계’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 7월 법원의 피해자 증인신문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판사는 ㄱ씨를 향해 “증인은 앞으로 영원히 성관계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 것이냐”, “서로 좋아서 한 것 아니냐”, “거부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이어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장애인 차별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 또는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사무국장은 “(판사의 발언이) 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 행위이자 모욕적 언행이라는 점,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다시 상처받는 2차 피해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점 등에서 검찰이 법관 기피 신청을 하지 않으면 공정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대검찰청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즉각 기피 신청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한결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특별히 보호받아야 할 여성 발달장애인에 대해 결국 ‘당신이 좋아서 응한 것 아니냐’는 의도의 질문을 던진 법관에게 더이상 판결을 맡길 수 없다. 그렇다고 피해자가 재판을 거부할 방법도 없기에 공익을 대변하는 검찰의 적극적 행동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대검찰청에 법관 기피 신청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기피 신청을 할 경우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해당 사건은 내년 1월7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