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해 가고 있다. 시장은 연기금·서학개미 등 해외투자 증가, 늘어난 통화량, 국내 기업 경쟁력 약화 등을 환율 상승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이제 더 이상 원화 가치 약세를 점점 더 설명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주요국 통화 중 원화 가치만 하락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원화가치 약세를 점점 더 설명하기 힘들다며, 주요국 통화 중 원화 가치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주 미 연준의 12월 금리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며 "달러화 지수는 10월말 이후 처음으로 98대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지수는 세계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달러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박 연구원은 "유로화는 2주 연속 강세를 기록했다"며 "유로존 성장세 지속 등이 유로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엔화는 12월 일본은행 금리인상 경계감과 더불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구두개입 등으로 달러-엔 환율이 한때 154엔대까지 하락하는 등 엔 강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위안화는 기존 화폐가치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연구원은 "역외 위안화는 보합세를 기록했다"며 "중국 정부의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위안화 가치는 전주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호주 달러는 2주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그는 "주요국 통화 강세 흐름과 함께 호주 중앙은행이 내년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 등으로 호주달러 강세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반면 원화 가치는 시장 내 팽배해 있는 약세 심리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은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다"며 "달러 약세 및 엔 강세 그리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에도 주요국 통화 중 원화 가치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원화 가치 향방은 12월 9~1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정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 여부와 함께 외환시장이 주목할 내용은 미 연준의 분열 여부"라며 "만약 미 연준 내 갈등이 현실화한다면 달러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러-원 환율은 12월 FOMC회의 결과에 따른 달러화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이번 주 원달러 환율로 1440원~1490원을 전망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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