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플랫폼 독점…91개국 중 40개국이 적자
3분기까지 이미 22억弗
클라우드 이용·빅테크 구독 증가
급증한 챗GPT 등 생성AI 지급액
한은, 내년부터 별도 관리하기로
"경상흑자 기조도 흔든다" 경고
이용·사용료 등 '숨은 비용' 많아
AI 대전환 할수록 적자도 커져
하드웨어 공급 'IT소작농' 될 우려
디지털 거래 관련 분야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보다 빠져나가는 달러가 더 많은 ‘디지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과 소비자의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가 날로 커지고 있는 데다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독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들이 디지털 생태계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상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어 이 같은 구조는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 적자가 한국 경상수지와 환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디지털 적자는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 34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20억달러, 지난해 17억달러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다가 올 1~9월 22억달러로 다시 늘어났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서비스수지 적자(227억달러)에서 디지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10% 남짓이지만 여행수지 적자(92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2022년 말 처음 등장한 생성 AI 유료 구독자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6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생성 AI 1위인 챗GPT의 올 들어 10월까지 매출은 한국이 2억달러로 전체의 5.4%에 달했다. 미국(35.4%)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유료 이용자가 많은 나라라는 뜻이다. 생성 AI 구독료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넘어서는 달러 유출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생성 AI 구독료 지급액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던 한국은행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관련 통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생성 AI 지급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같은 후발 주자의 고민은 AI 대전환(AX)이 진행될수록 디지털 적자가 불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고성능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운영하려면 빅테크의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개를 사들여 국내에 AI 데이터센터를 짓더라도 디지털 적자는 계속 불어난다. 클라우드와 AI 플랫폼 사용료,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호출 비용 등을 계속해서 빅테크에 지급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 공정 자동화 같은 피지컬 AI를 운용하는 데도 해외 빅테크의 맞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독료가 빠져나간다.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상당수 AI 서비스 스타트업이 이런 방식으로 해마다 빅테크에 달러를 지불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디지털 적자가 지난해 990억달러까지 늘어난 경상흑자 기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산업은 재화 이동 없이 플랫폼 이용료, API 사용료, 데이터 저장 비용, AI 연산 비용 등 통계에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비용이 많다. AI가 보편화할수록 ‘보이지 않는 지급’이 늘어 서비스수지 적자를 악화하고, 환율 등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적자
경상수지의 서비스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중 앱 구독료, 클라우드 이용료 등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뜻한다. 일본 정부가 작년 초부터 공식 통계로 집계해 주목받고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221167?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