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성 산악인이 오스트리아 최고봉에 여자친구를 홀로 남겨둬 얼어 죽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3살 연상의 남자친구 토마스 플럼버거와 함께 등반에 나섰던 여성 커스틴 거트너가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록너 산 정상(해발 3798m)에서 약 160피트(약 50m) 떨어진 곳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플럼버거는 지난 1월 19일 오전 2시쯤 여자친구 거트너가 등반을 힘들어하기 시작하자 정상에서 약 50m떨어진 곳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거트너는 저체온증에 시달리며 방향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플럼버거는 여자친구에게 담요조차 덮어주지 않았고, 열 손실로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로 옮겨주지도 않은 채 떠났다. 해당 지역은 영하 8도에 시속 약 72㎞의 돌풍이 불고 있었고, 체감 영하 20도의 추위에 결국 거트너는 동사했다.
검찰은 지난 4일 "피고인은 거트너와 달리 고산지대 탐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이 등반을 계획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며 플럼버거를 중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예정보다 두 시간 늦게 등반을 시작했으며, 비상 야영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산을 등반한 경험이 없었던 거트너가 하이킹화 대신 스노보드용 소프트 부츠를 신는 등 고산 등반에 적합하지 않은 옷차림이었는데도 극한의 겨울 날씨에 길고 어려운 등반을 계획했다며 플럼버거의 책임을 물었다.
또한 검찰은 이들이 사실상 저녁 8시 50분 정상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이 묶였지만, 플럼버거는 밤 10시50분쯤 경찰 헬리콥터가 근처를 비행할 때도 신고하거나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여러 번 연락을 시도한 끝에 플럼버거는 오전 0시35분이 돼서야 경찰과 통화했으나, 이후 구조대에 연락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둬 경찰과 구조대원들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거트너를 남겨두고 혼자 하산한 플럼버거는 오전 3시30분에야 다시 산악구조대에 조난 신고했다. 강풍으로 인해 새벽 구조가 불가능했고, 구조대가 오전 10시쯤 거트너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두 사람이 등반하고, 플럼버거가 홀로 하산하는 모습은 인근 웹캠에 포착됐다.
웹캠에는 1월 18일 오후 6시쯤 두 사람이 헤드라이트를 켠 채 등반하는 모습이 담겼다. 자정 무렵 정상 인근 지역에서 거트너의 헤드라이트의 빛이 약해졌고, 그는 얼마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오전 2시30분쯤 플럼버거가 홀로 하산하는 모습이 웹캠에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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