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8/0000985391?sid=001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 "활동 중단은 잘못된 해결책…좌절 이겨내는 인간상 보고 싶어"
"조진웅, 수십년 노력해 사회적 인정 받아, 어둠 속 헤메는 청소년에게 좋은 길잡이·모델"


'소년범 논란'에 휩싸인 배우 조진웅이 사과에 이어 배우 활동 은퇴를 전격 선언한 걸 두고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조진웅에게 '생매장 시도'가 가해진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생매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재기를 조언했다.
▶한인섭 교수는 7일 0시 11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조진웅이 성인기가 아닌 청소년기의 잘못이 수십년 지나서야 드러난 점을 짚으며 '소년사법'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 청소년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며 "그 소년(조진웅을 가리킨 맥락)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해 (배우로)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어둠 속에 헤메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진웅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가령 소년범들에게 교육과 개선을 독려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일종의 모델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소년원 소관 법무부가 조진웅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역발상'도 충분히 다뤄볼 수 있는 부분.
▶이어 한인섭 교수는 이번 논란이 한 언론(디스패치) 단독보도로 공개된 점을 두고 "자신의 과거 잘못을 내내 알리고 다닐 이유도 없다. 누구나 이력서, 이마빡에 주홍글씨 새기고 살지 않도록 만들어낸 체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며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선정적 동기든, 수십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김재련 변호사도 지난 5일 오후 10시 26분쯤 페이스북으로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성행을 교정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소년법 제1조 목적)"며 "소년법에 따라 조사,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소년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보도할 경우 형사처벌한다(소년법 제68조 보도금지)"고 소년법 1조와 68조를 언급, "소년법의 목적에 비춰보면 현재 성인이 되기는 했으나 '모 배우'의 실명을 찍어 보도하는 것은 소년법 취지에 반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사회 도처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온통 너덜너덜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한인섭 교수는 앞서 언급한 '생매장' 시도의 결과인 셈이라며 조진웅의 은퇴 선언에 대해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강조,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 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인섭 교수는 조진웅이 영화 '암살'(2015)에서 독립운동가 김상옥 모티프 독립군 추상옥(속사포)을 연기했고, 영화 '대장 김창수'(2017)에서 주인공 김구 역할을 맡았으며, 홍범도의 유해 봉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2025)의 내레이션도 담당한 것 등 필모그래피(영화 이력)를 감안한듯 "그가 좋아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일제는 어떤 개인적 약점을 잡아 대의를 비틀고 생매장시키는 책략을 구사했다"고도 비유해 부연했다.
글 말미에서 한인섭 교수는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하기에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다. 남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제안하면서 조진웅의 복귀를 지칭한듯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