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리수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가수 겸 배우
애리수라는 이름은 앨리스(Alice)를 한국식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9살때부터 극단에 입단하여 연극배우 생활을 하다가
22세 때인 1932년, '황성옛터'라는 노래로 일약 한반도 최고의 인기가수가 되었다.
고려의 옛 왕궁터를 돌아보며 망국의 슬픔을 노래하는 이 노래는
당시 나라잃은 우리 민족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곡이었다.
아직 오디오 기기와 레코드판이 대중화되지 않아
1~2천장 정도 팔리면 소위 '대박'이 났다고 판가름나던 시절에
그녀는 이 노래로 무려 5만장을 넘게 팔아버리며
그녀는 가요계의 신데렐라이자 만인의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전성기는 1년도 채 가지 못했는데
당시 교제하던 연희전문학교 학생 배동필의 집안에서 그녀에게 연예계 은퇴를 요구했기 때문.
배씨 집안은 그녀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몹시 심하게 반대했는데
이런 난관에 부딪치자 음독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배동필을 사랑했던 그녀는
결국 시댁의 요구를 받아들여 연예계를 은퇴하고 결혼했다.
그 후로는 평범한 일반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완전히 잊혀진 인물이 되어
자식들마저 '어머니가 한때 매우 유명한 가수였다'는 사실을 성인이 될때까지는 모를 정도였고
오죽하면 동시대에 활동했던 가수들마저도 그녀를 죽었다고 생각해서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던 90년대에 가수의 날 기념행사에서 그녀의 이름이 고인으로 언급될 정도였다.
당시 그녀는 안산에서 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한복을 입고 산책을 하곤 해서 동네 주민들에게 '한복 할머니'로 알려졌을 뿐,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말년의 모습
2008년에 경기도 고양시 소재 요양병원에서 아직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섭외를 제안했으나 촬영을 고사하였고
결국 다음 해인 2009년 3월 31일 해당 요양병원에서 향년 99세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