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개인정보 유출] 유출 사태에도 채용 강행
지난 3일 중국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보스즈핀에서 ‘쿠팡’을 검색하자 연봉 130만~156만위안(2억7000만~3억2500만원) 수준에 AI 모델 전문가, 검색 알고리즘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구한다는 공고가 대거 검색됐다. 공고는 쿠팡에 대해 “중국에만 2021년 말까지 700명 넘는 직원이 있고, 기술 인력들을 계속해서 적극 채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쿠팡은 자사 채용 사이트에도 중국 현지 직원 신규 채용 공고를 게재했다. 베이징 또는 상하이에서 근무할 예정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백엔드 엔지니어·물류 PM(프로젝트 관리) 등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채용 공고에 적힌 업무 범위는 CRM(고객 관계 관리), 구매 이력 기반 개인화 플랫폼 구축 등이다. 한국 고객의 구매 이력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들여다봐야 하는 업무를 맡긴다는 뜻이다. 정보 유출 사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해외 인력에게 다시 ‘안방 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쿠팡을 잘 아는 중국의 IT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업계 경험이 풍부한 알리바바·징둥 출신 기술 인력들이 쿠팡의 상하이 지사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이 서울 본사와 소통하면서 데이터 처리 등 플랫폼 운영에 크게 기여한다”고 했다.
◇민감 정보 들여다보는 업무에 중국인 채용 계속
중국 개발자들 사이에선 쿠팡 개발자 업무는 고연봉에 업무 강도는 낮은 일자리로 통한다.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의 외국계 기업 채용 계정에 올라온 쿠팡 베이징 채용 홍보 글은 “신선(神仙) 기업, 외국 기업에서 고소득 받는 동시에 ‘탕핑(躺平·드러눕기)’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이란 내용이다. 10일 이상 휴가를 제공하고 출퇴근 기록 관리가 느슨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살인적인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 문화에 익숙한 중국 개발자들에겐 쿠팡이 돈은 많이 주고 관리는 허술한 조직으로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쿠팡의 ‘깜깜이’ 인력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 국민의 정보가 모르는 새 국경을 넘고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쿠팡 내부 조직의 인력 구성과 국적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은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채용 중이나 국적별 인력 구성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쿠팡 직원들이 가입하는 익명 커뮤니티에선 “쿠팡 IT 인력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고, 매니저급은 90% 이상”이라며 “한국인에게도 없는 복지를 중국인에게 퍼주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한국인이 절대 다수고 외국 국적은 소수”라고 일축했지만 외국 인력들이 한국 고객의 개인정보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접근 가능한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개발자들 “쿠팡, 고연봉에 업무 부담 적어”
쿠팡이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 직접 게시한 소개 글에 따르면, 쿠팡의 해외 인력은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무소에 270여명, 미국 사무소에 400여명, 인도 사무소에 총 2000명 이상의 기술 인력이 근무 중’이라고 적혀있다. 게재 시점과 시차를 감안하면 해외 근무 인원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싱가포르·일본·포르투갈 등 세계 각국 총 17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외 현지 인력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중국 등 해외 인력 확보에 나서는 건 기술 역량 대비 낮은 인건비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칭화대·베이징대·중국과학원 등 AI 관련 기관이 배출한 기술자가 많아 인력을 쉽게 충원할 수 있고, 미국 등 서구권 개발자나 한국인보다 연봉은 낮다는 것이다. 쿠팡은 ‘주 5일 근무가 가능하고, 잔업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발 인력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