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413231?sid=001
‘내란재판부’에 비판 목소리

민주당 ‘정치검찰 규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치검찰의 조작기소 책임자 처벌 촉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안이 통과되자 4일 법조계 안팎에서 우려가 나왔다. 특정 인물들에 대한 재판부를 따로 구성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며, 법 왜곡죄는 처벌 대상이 추상적이라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골자는 1·2심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각각 2개 이상 설치하고, 전담 영장판사를 새로 임명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각급 법원 판사회의가 각각 3명씩 추천해 9인의 판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전담재판부 판사와 영장판사 후보자들을 추천한 뒤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판사 선임에 ‘외부 기관’ 관여
“사법 독립 침해…헌법적 한계”
법왜곡죄엔 “처벌 대상 추상적”
대법원, 오늘 전국 법원장 회의
법관들 추가 입장 낼지 주목
대법원은 판사 선임 과정에 외부 기관이 관여하는 구조 자체가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국회가 법관 자격과 법원 조직에 관한 입법 형성권을 가진다고 해도, 사법권 독립 등 헌법의 근본 원리에 위반되는 헌법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4일 기자와 통화하며 “사후에 특정 재판부를 틀에서 찍어내듯이 구성하는 건 재판의 공정성을 크게 해친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부를 구성하고, 사건 배당도 무작위로 하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라며 “선진 사법 국가에서 이런 식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건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 특별재판 제도가 정치 권력에 휘둘려 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여성변호사회 전 회장 13명은 4일 성명에서 “과거 반민특위가 다수당의 압박 때문에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했고,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부는 이후 5·16 군사 쿠데타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헌법상 보장되는 사법부의 인사권은 법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재판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특정 사건을 겨냥한 전담재판 구조가 위헌적이라고 했다.
내란 사건에 한해 피고인 구속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연장하자는 내용에도 우려가 나왔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이란 개인의 석방을 막기 위해 일반법을 만들어 보편적 규정으로 만드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이후 연쇄 살인이나 뇌물 사건에서도 구속을 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이 법이 통과되면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이로 인해 재판이 중단돼 오히려 선고는 더 늦어질 수 있다”며 “헌법에 규정된 대법원장의 권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판검사 등이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하게 잘못 판단한 경우 처벌할 수 있게 한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고의로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법리를 적용한 경우와 단순히 법리 해석을 달리한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지 의문”이라며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심급 제도 안에서 파기되는 식으로 해결할 일이지, 형사처벌하겠다는 건 잘못”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5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도입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한다. 전국 법관대표 회의도 오는 8일 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법관들이 추가로 공식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