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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을 타고 대작 뮤지컬들이 쏟아진다. 연말은 공연계 ‘극성수기’로 통한다. 올해는 작품 면면이 특히 풍성하다.
대형 풍차와 캉캉으로 상징되는 쇼 뮤지컬의 정점 ‘물랑루즈!’부터 도파민 넘치는 록 뮤지컬 ‘렌트’와 같은 검증된 뮤지컬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여기에 참신함을 무기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도 관객에게 첫선을 보인다. 원종원 순천향대 SCH미디어랩스대학 학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움츠렸던 공연 시장이 살아난 가운데 올해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 등으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며 “이에 맞춰 검증된 대작은 물론 실험적인 작품들이 이번 연말 다수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쇼 뮤지컬’
쇼 뮤지컬은 일반 뮤지컬 대비 화려한 무대와 안무를 통한 풍성한 볼거리에 중점을 둔다. 연말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 많다.
2022년 국내 초연 이후 3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은 뮤지컬 ‘물랑루즈!’는 189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작곡가 크리스티안과 클럽 ‘물랑루즈’의 스타 사틴의 사랑을 그린다. 원작인 배즈 루어먼 감독의 2001년 동명 영화가 원작으로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영화 속 화려함을 무대에 고스란히 옮겼다. 무대 근처부터 압도적이다. 대형 풍차와 거대한 코끼리가 무대 양옆에 우뚝 서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풍차 소품의 경우 호주 애들레이드 소재 제작소에서 5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쳤다”며 “공연장을 물랑루즈의 세계관으로 꾸며 관객들이 극을 즐기기 전부터 그 세계관 속에서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 역시 볼거리가 넘친다. 지난달 27~29일 프리뷰 공연 후 지난달 30일 펼쳐진 ‘그랜드 오픈’ 공연에서 ‘사틴’(김지우)이 공중그네를 타고 등장하자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역시 ‘물랑루즈!’ 하면 떠오르는 ‘캉캉’도 매혹적이다. 레이디 가가 의 배드 로맨스(Bad Romance)’,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와 같은 귀에 익은 팝송을 매시업(mash-up·두 가지 이상 노래를 합친 편곡)한 음악이 화려한 볼거리를 뒷받침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

‘비틀쥬스’ 도 대표적인 쇼 뮤지컬이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는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저승의 가이드를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무대 세트 속에 거대한 모래 벌레, 머리가 쪼그라진 유령 등이 실감 나게 구현된다.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한국 무대는 2021년 초연 이후 4년 만이다. 이달 16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 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한국 개막 10주년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 다시 연말 무대에 오른 ‘킹키부츠’역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쇼 뮤지컬이다.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특별한 부츠를 만드는 영국 공장의 실화를 그렸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황홀한 퍼포먼스와 색다른 의상을 통해 유쾌하게 전한다. 이달 17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내년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콘서트장 방불케 한 ‘성스루’

‘성 스루(sung-through)’ 뮤지컬은 말 그대로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30주년이자 국내 10번째 시즌을 맞이한 ‘렌트’가 대표적이다.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96년 초연 이후 전 세계 50개국에서 26개 언어로 공연된 세계적인 록 뮤지컬이다. 키보드와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5인조 록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무대를 달군다.
2막을 여는 넘버 ‘시즌즈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는 가장 잘 알려진 이 작품의 ‘넘버’다. 모든 배우가 일렬로 서서 합창하는 이 넘버는 1년을 분 단위로 나눈 ‘52만 5600분’이란 단어가 반복되며 사랑만이 모든 시간을 의미 있게 잴 수 있는 가치임을 강조한다. 내년 2월 22일까지 코엑스아티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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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에 도전장 내민 초연 뮤지컬
극성수기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창작 뮤지컬 작품도 있다. ‘한복입은 남자’는 EMK뮤지컬컴퍼니의 10번째 창작 뮤지컬이자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으로 2일 막을 올렸다. 조선 시대 비운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로 향한다는 상상을 그렸다. 내년 3월 8일까지 이어진다.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에 탔지만 달을 밟지는 못한 우주 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의 삶을 그린 ‘비하인드 더 문’은 뮤지컬에서 드물게 1인극이다. 콜린스를 연기하고 있는 정문성은 “1인극은 자칫 연기 차력 쇼처럼 보일 수 있다”며 “관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감정이 ‘멋있음’보다 ‘위로’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무대에 선다.
아울러 서울시뮤지컬단은 연말에 걸맞게 창작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을 이달 5~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찰스 디킨스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초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