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중학교 전보 신청 5년 만에 최대
다교과 수업에 시험출제 부담까지 '이중고'
"정시 퇴근은 불가능" …고교 교사들 '탈출 러시'
5년차 고등학교 수학 교사 김모씨는 최근 중학교 전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수업·평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맡는 과목이 한 과목에서 세 과목으로 늘어나 정시 퇴근을 해본 적이 없다”며 “교사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 직업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전보를 신청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대입 상담 업무와 긴 수업 시간 등으로 중학교 대비 업무 강도가 높은 데다,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수업 준비 부담까지 가중됐기 때문이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경북 제외) 고등학교 교사 가운데 중학교로의 전보를 신청한 교사는 1430명으로 전년(1245명)보다 14.9% 증가했다. 최근 5년(2020~2024) 동안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전보를 신청한 교사 수가 1400명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23년 전보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신청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로 개설 과목이 늘어나면서 2과목 이상을 맡는 다교과 지도와 시험 출제·채점 등 업무가 급증할 것이 예고됐던 만큼, 선제적으로 전보를 선택한 교사가 많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교총이 지난 6월 전국 고교 교사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2과목 이상을 담당하는 교사는 79.9%에 달했다.
교사들은 담당 과목이 늘면서 수업 준비와 평가 업무가 크게 증가했다고 호소한다. 8년차 수학 교사 박모 씨는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인공지능수학, 경제수학 등 생소한 선택과목을 맡게 됐다”며 “수학교육과 전공이지만 나 역시 해당 과목을 배운 적이 없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고 수업 준비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시험 문제 출제와 관련해서도 압박감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강모 씨는 “한정된 시간에 2~3과목 시험 문제를 만들다 보면 문제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틈을 노려 인근 학원들이 학교 내신 문제의 오류를 찾아내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 입장에서는 학교 시험 문제에서 오류를 찾아내면 곧바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2026학년도부터 업무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교학점제 적용 학년이 1학년에서 1·2학년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올해는 고1, 내년엔 고2, 그다음은 고3, 그리고 결국엔 중학교로 가는 게 정답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돌고 있다”며 “해마다 업무가 더 늘어나다 보면 결국 중학교행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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