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담’ 우원식의 경호대장 “군이 개머리판으로 때려도 버티자 생각뿐”

“‘두두두두’ 소리가 들리는데, 가슴이 ‘둥둥둥둥’ 뛰었습니다.”
2024년 12월4일 0시, 국회의사당 3층 국회의장 집무실에 있던 김성록 국회경비대 의장경호대장에게도 ‘헬기 소리’가 들렸다. 국회의장을 피신시켜야 했다. 가장 높은 7층은 계엄 해제 표결이 이뤄져야 할 국회 본회의장(3층)까지 너무 멀다. 부의장실, 사무총장실, 비서실장실 같은 큰 사무실은 국회의장실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컸다.
5층,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속한 작은 사무실로 향했다. 계엄해제 의결 정족수(150명)가 채워지기를, 그 작은 방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군인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몸으로 막아서 의장님 피신 시간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문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의원 배지 달려는 우원식 손이 떨렸다
김 대장은 경찰에서 20여년을 근무하고, 그중 절반 이상을 경호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 ‘경호 경찰’이다. 그날 국회의장의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만찬 일정을 마친 뒤 관저로 돌아와 몸을 누일 참에 텔레비전에서 ‘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다. 우원식 의장과 국회로 향하며 휴대전화는 뒤집어둔 채 보지 않았다. 누구도 믿기 어려웠다. 의장 경호에 방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밤 10시40분께 국회에 도착했을 때, 국회 3문과 4문은 이미 경찰 버스에 가로막혔다. 우 의장이 돌연 ‘여기서 내리자’고 했다. 비교적 야트막한 격자문 앞이었다. 김 대장이 먼저 담을 넘어 주변을 살피고, 국회의장이 월담했다. 국회에 도착해 의원 배지부터 달려는 우 의장 손이 자꾸 떨려, 김 대장이 붙들어 대신 채웠다. “‘의장이 국회에 왔는데 배지를 달아야지’ 하시는데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시는구나 싶어, 나도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총은 쓰지 말자”
12월4일 0시30분께 의장경호팀이 본회의장 앞에 모였고, 김 대장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자’고 했다. 본회의장은 본래 의원들만 들어갈 수 있지만, 밀착 경호가 불가피했다. 계엄군이 들이닥치더라도 팀원들에게 ‘총은 쓰지 말자’고 했다. “우리가 총을 사용하면 군인들에게 자위권 발동의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 했어요. 몸으로만 막자고 했습니다. 일단 다리 붙잡고, 개머리판으로 때리면 머리에 피 흘리면서라도 버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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