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장동혁 당대표가 의원들의 비상계엄 사과 요구를 외면한 가운데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가 진행되는 등 계파 분열이 조장되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30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강원 국민대회’에서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5년 임기를 다 채우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민생·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퇴장해야 될 사람은 이재명이고, 해산해야 할 정당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계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이 국민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 국민께서 만들어주신 소중한 정권, 두번이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줬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난 28일 대구 국민대회에서 계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민주당 의회 폭거가 계엄을 불렀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날 국민대회에서는 일부 강성 당원들이 ‘계엄사과 노! 윤 계몽령 예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었다.
비상계엄 사과를 놓고 최고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충북 청주에서 “(계엄을) 사과했을 때 지난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나. 왜 졌던 방식을 또 하라고 하나”라며 ‘사과 무용론’을 주장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같은 날 “계엄의 불법을 방치한 게 우리 국민의힘이다.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최고위원 발언 도중 일부 당원들이 무대 쪽으로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던지며 항의하기도 했다.
최근 잠잠했던 계파 갈등도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부활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28일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글 수백개의 작성자가 한동훈 당시 대표 및 그 가족이라는 의혹이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에 “계엄의 바다를 건너 미래로 가야 할 중요한 시기다.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가 참 안타깝다”고 썼다. 한 초선 의원은 “장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 등을 꺼내 들어 재차 계파 갈등을 일으켜보려 하고 있다.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입지가 좁아지니까 장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과 여부를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여권의 ‘내란몰이’가 심화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의 고심이 크다. 자칫 사과를 했다가 ‘내란당이라 인정했다. 해산하자’고 민주당이 몰고 갈까 봐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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