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44218?cds=news_media_pc&type=editn

1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북문 인근 거리에서 노숙인들이 길바닥에 둘러 앉아 소주와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다. /김명진 기자
1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성인 남녀 7~8명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김치를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탑골공원 북문 일대를 관리하는 종로구청 직원이 “그만 마시고 자리를 파해라”라고 했지만 술판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만취한 이들끼리 시비가 붙어 서로에게 “서울구치소에나 가라”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치며 싸우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을 지나던 조민영(24)씨는 “여기는 외국인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서울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가 부끄럽다”라고 했다.
앞으로 탑골공원에서 이 같은 거리 음주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달 20일 탑골공원 안팎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12월 1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일대 노숙인 등을 상대로 금주 계도에 나선다고 밝혔다. 뚜껑이 열린 술병을 소지하는 것이 금지되고, 텀블러나 보온병에 술을 옮겨 담아 마셔도 단속 대상이 된다. 내년 4월 1일부터는 과태료 10만원도 물린다. 종로구는 탑골공원 북문 담벼락에 이런 내용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붙이고 탑골공원에 상주하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안내 팸플릿도 배부했다.
그러나 금주 계도 첫날에도 탑골공원 북문 일대는 술 냄새와 취객이 쏟은 토사물 냄새로 진동했다. 만취해 길바닥에 누워 자는 노숙자도 여럿이었다. 손지연(54)씨는 “4월부터 과태료 내는 거면 그 때까지는 마셔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 정운철(58)씨는 “얌전히 먹을 테니까 앞으로도 술을 계속 마시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종로구청 소속 단속 요원인 황석진(74)씨는 “계도만 할 수 있어서 술판은 당분간 계속 깔릴 것 같다”며 “최근에는 서울역 노숙자까지 탑골로 ‘원정 음주’를 오기 시작해 걱정”이라고 했다.
탑골공원은 ‘노인과 노숙자들 성지(聖地)’로 불린다. 이곳에 있는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타먹으려는 노인·노숙자가 많을 땐 하루 500명씩 모인다. 원래는 북문 담벼락을 따라 장기판 20여 개도 깔려 있었다. 장기를 두거나 구경하러 오는 노인으로 붐볐다. 그러나 대낮 장기판이 밤에는 노숙자 술판이 됐다. 이 때문에 주취 소란 신고도 잦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탑골공원 북문 근처에서 접수된 112 신고는 1470건이다. 하루 4건꼴이다. 종로구는 탑골공원에서 벌어지는 음주 소란을 통제하기 위해 종로경찰서 협조를 받아 지난 7월 장기판을 철거하기도 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