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 오후, 진료실에서
"선생님, 이제 약 끊어도 되나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환자의 눈빛에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 바지 치수가 두 단계나 줄었다. 혈압도 안정됐다. 그러니 이제 졸업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기약이라면 "네, 이제 됐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는 다르다. 2025년 11월,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한 편의 연구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중략)
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25% 미만 재증가)의 허리둘레는 0.8cm밖에 늘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보면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내장 지방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체중이 절반 이상 돌아온 그룹은 10.1cm가 늘었다. 바지 허리띠를 네 구멍이나 풀어야 하는 수준이다. 가장 심각한 그룹은 14.7cm였다. 치료 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귀. 애써 밀어냈던 내장 지방이 장기들 사이로 다시 스며들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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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을 비교적 잘 유지한 그룹(25% 미만 재증가)조차 혈압이 6.8mmHg 상승했다.
체중은 유지됐는데 혈압이 오른 것이다.
이는 티르제파타이드 자체가 가진 혈관 확장 효과나 나트륨 배출 촉진 효과가 약물 중단과 함께 사라졌음을 시사한다. 약물이 체중 감량 외에도 독자적인 심혈관 보호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체중이 대폭 돌아온 그룹은 어땠을까.
수축기 혈압이 10.4mmHg 상승했다. 임상적으로 10mmHg 상승은 심혈관 사건 위험을 약 20%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간의 치료로 얻었던 심장 보호 효과가 단 1년 만에 증발해버린 것이다.
6.8에서 10.4까지. 겨우 4mmHg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는 체중 관리의 성패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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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을 잘 유지한 그룹은 공복 인슐린이 오히려 -4.0%, 감소하거나 유지되었다. 췌장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체중이 절반 이상 돌아온 그룹(50~75% 재증가)에서 공복 인슐린은 무려 46.2% 폭증했다. 이 숫자는 75% 이상 재증가 그룹(26.3%)보다도 높다. 데이터의 분산이나 개인차 때문일 수 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13. 현실적 대안: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생 고가의 약물을 최대 용량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몇 가지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첫째, 용량 조절이다. 최대 용량(15mg)이 아닌, 체중 유지가 가능한 최소 용량으로 줄여서 장기 투여하는 방법이다. 마치 고혈압 환자가 혈압이 안정되면 약 용량을 줄이듯이.
둘째, 간헐적 투여다. 투여 간격을 늘리면서 리바운드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아직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연구가 진행 중이다.
셋째, 생활습관 교정의 강화다. 약물 감량기나 중단 시기에 맞추어 운동과 식이요법을 더욱 철저히 하여 대사 적응을 상쇄하려는 시도다. 다만 SURMOUNT-4의 위약군도 생활습관 교정을 받았음에도 리바운드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생활습관만으로는 생물학적 반동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
https://x.com/yeoulabba/status/1995083071855677876?s=20
조금 긴 글이지만 잘 쓰여진 글임 전체를 다 보길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