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에 빌려준 876억 원을 당초 계획보다 늦춰 2038년부터 2045년까지 8년 동안 회수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876억 원 중 단기대여금인 495억 원과 110억 원은 둘 다 올해가 만기였는데, 상환 시작 시기를 13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
SH는 관련 안건을 조만간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100% 출자한 지방공기업 SH 운영에는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SH가 (주)한강버스에 출자·대여한 돈의 규모는 아래와 같다.
(주)한강버스 출자금 : 51억 원(총 자본금 100억 원 중 지분율 51%, 나머지 49억 원은 이랜드계열사 이크루즈가 출자)
장기대여금 : 271억 원 (2034년 상환, 이자율 4.6%)
단기대여금(1차) : 495억 원(2024년 11월 말 SH이사회 의결, 1년 만기 일시상환, 이자율 4.6%)
단기대여금(2차) : 110억 원(2025년 4월 말 SH이사회 의결, 6개월 만기 일시상환, 이자율 4.6%)
* 장·단기 대여금 총계 : 876억 원(271억 원+495억 원+110억 원)
(주)한강버스는 2024년 11월 민관 출자금 총 100억 원에 SH의 장기대여금 271억 원을 모두 소진해 자금 고갈 상태에 놓였었다. 민관합작 성격의 한강버스는 2024년 말까지 사업비 지출이 필요했던 터라 SH에서 단기 대여금 495억 원을 빌렸다. 이어 SH는 2025년 4월 사업비 증가 등을 이유로 한강버스에 2차 단기 대여금 110억 원을 대여했다.
한강버스, 2037년까지 은행돈 500억 갚은 뒤 SH에 876억 갚는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SH로부터 받은 자료를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확인한 결과, SH는 장·단기 대여금 총 876억 원을 "2038년부터 순차적으로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H 대여금의 상환 시기가 변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H는 "민간 차입 대출이 있을 경우 SH 대여금은 후순위 (상환) 조건이므로 기존 (단기)대여금의 상환 만기 변경은 불가피하다"면서 "2025년 11월 모두 장기 대여금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중 만기가 도래해 일시 상환이 필요한 단기대여금들 역시 장기대여금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차입'은 (주)한강버스가 2025년 6월 23일 신한·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500억 원을 말한다. 당시 SH는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상태나 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주는 문서)를 써줘 (주)한강버스의 신용을 보강했다. 이를 두고 'SH가 보증을 서줘 (주)한강버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SH가 세금으로 한강버스의 빚을 갚아야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렇다면 왜 상환 시작 시점이 '2038년'부터일까. 한강버스가 신한·우리은행으로부터 빌린 돈 500억 원을 2037년까지 모두 갚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강버스는 은행 대출을 모두 상환한 후 SH 대여금 876억 원을 갚게 된다. SH는 <오마이뉴스>에 "금융기관 약정이자율(변동 5.2%)이 SH의 대여금 이자율(4.6%)보다 높다"면서 "금융기관 대출을 공사대여금보다 우선 상환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금융기관 대출금 상환 만기인 2037년 이후로 SH대여금 상환 시기를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략)
업무상 배임 가능성을 묻는 <오마이뉴스>에 SH는 "대여금 관련된 배임문제에 대해 사전 법률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경영 판단과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모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 법령에 따라서 타당성 검토, 법률 검토 등을 기본으로 이사회·시의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면밀하게 검토 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명확한 수익성 검토도 없이 SH에 876억 원을 부담시키고 상환을 13년 뒤로 미룬 건 명백한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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