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96276
여의도 최고의 '그루밍(grooming)족'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오마이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2024년도 국회의원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확보·분석한 결과, 지난해 정치자금으로 외모를 가꾸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회의원은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 초선)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비례, 초선)이었다.
그루밍족이란 외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용과 패션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1990년생으로 국민의힘 최연소 초선의원인 김용태 의원은 2024년 6월 26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반년간 헤어숍에 83회 방문해 정치자금으로 217만 8200원을 결제했다. 지역구와 자택은 경기 포천에 있지만, 2~3일에 한 번꼴로 이른 오전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헤어숍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김 의원은 방송 출연, 의정 활동을 위한 머리 손질(헤어 드라이)을 받았다.
이주영 의원은 2024년 6월 25일부터 같은 해 11월 13일까지 넉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헤어·메이크업숍에서 정치자금으로 401만 3000원을 결제했다. 결제한 횟수는 22회이지만, 이중엔 '10회 이용권'이 세 차례 포함돼 있었다.
해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정치인들에게 '자기 관리'는 의무이자 숙명에 가깝다는 점에서 정치자금으로 꾸밈 비용을 쓰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태] 집이 포천인데 청담동 헤어숍 83회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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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
| ⓒ 남소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정치자금으로 헤어숍을 가장 많이 방문한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헤어숍 두 곳에서 총 83회 '헤어 드라이'를 받았다. 지출한 비용은 모두 217만 8200원이다.
22대 정치자금 내역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2~3일에 한 번꼴로 헤어숍을 찾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ㅇ미용실은 2024년 6월 26일부터 12월 14일까지 74회, 서울 강남구 청담동 ㄹ미용실은 12월 17일부터 31일까지 8회 방문했다. 방문 1회당 지불한 비용은 1만1천 원부터 6만6천 원 사이다. 이들 비용은 모두 '방송 출연', '행사 참석', '국외 출장' 등의 명목으로 신고됐다.
의아한 점은 이용한 두 곳의 헤어숍이 김 의원의 거주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2~3일에 한 번꼴로 방문한 헤어숍들임에도, 김 의원의 포천 자택(경기 포천 군내면 구읍리)에서 ㅇ미용실은 56km, ㄹ미용실은 55km 각각 떨어져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김 의원이 잠실에 있는 부모님 댁에 자주 가 있고, 국회로 출근하면서 청담동 미용실에 간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오전 이른 시간대 방송 출연이 많은 편"이라며 "일반 미용실은 새벽에 문을 여는 곳이 많지 않은데 청담동 쪽 미용실은 새벽에 문을 열어서 가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인사혁신처의 공직윤리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원의 부친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치자금을 정치 활동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 자금으로 미용실을 방문하는 횟수가 국회의원 중 제일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방송 출연을 줄이는 것도 (어렵다)"라며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게 시청자와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치자금 미용비 사용 액수 1등, '10회권'도 3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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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
| ⓒ 연합뉴스 |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2024년 한 해 동안 정치자금으로 헤어·메이크업에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한 의원이다.
22대 정치자금 내역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자택 근처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ㅇ뷰티살롱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ㅅ메이크업숍, ㅎ메이크업숍 등 세 곳에서 모두 401만3000원을 결제했다. 결제 횟수는 22회이지만, 이 중엔 '10회 이용권' 결제가 3차례 포함돼 있어 실 방문 횟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2024년 6월 25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ㅇ뷰티살롱에서 75만 원에 달하는 '헤어·메이크업 비용 10회권'을 처음 계산했다. 8월 29일과 10월 20일에도 같은 곳에서 95만 원씩 '헤어·메이크업 비용 10회권'을 두 차례 더 결제했다. 그 사이에도 꾸준히 이곳을 방문하며 1회당 2만 원씩 9번 더 결제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있는 ㅅ메이크업숍에서는 지난해 10월 14일과 15일 각각 5만 원과 7만 7천 원을 결제했고, 마찬가지로 국회 근처에 있는 ㅎ메이크업숍에서는 7월 29일부터 11월 13일까지 8차례 방문, 회당 13만 2천 원씩 결제했다. 의사 출신인 이 의원은 이들 비용을 대부분 '의대생·전공의 간담회', '서울시의사회 강의', '복지위 국정감사', '인터뷰', '방송 출연' 등의 이유로 신고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신고한 '헤어·메이크업 10회권'의 사용 내역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10회권 결제 내역을 신고할 때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기재하지 않았다. 또, 10회권 중 최초 1회를 제외한 잔여분 역시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모두 의정활동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헤어·메이크업 비용 10회권의 사용 시기와 목적이 불분명하다'라는 <오마이뉴스>의 지적엔 "비용 절감 때문에 10회권으로 처리한 것"이라면서도 "2024년도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제출한 후 (중앙선관위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받아) 관련 내역을 건건이 구분해 중앙선관위에 다시 제출하며 소명했다. 그 역시 모두 의정활동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25년도 정치자금부터는 (10회권을 결제하지 않고) 건별로 신고하고 있다"며 "다른 의원실에도 의원들의 헤어·메이크업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문의하겠다. 좀 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숍이 있는지 확인하고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 "의정 활동이면 제한 어렵지만... 국민 의혹 사는 일 없어야"
두 의원 외에도 정치자금을 미용에 사용한 의원은 12명이 더 있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회당 3만~수십만 원 수준의 비용을 1~3차례 일시적으로 결제하는 정도였다. 구체적인 명단과 지출 내역은 아래와 같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1회(2024년 1월 7일) / 총 7만 원 / 의정보고 관련 메이크업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 2회(2024년 1월 29일, 2월 1일) / 총 8만 원 / 출마선언용 메이크업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1회(2024년 2월 2일) / 총 16만 5000원 / 의정활동용 프로필 촬영 헤어·메이크업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3회(2024년 2월 5일, 6월 14일, 9월 24일) / 총 14만 8000원 / 방송 출연용 헤어·메이크업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1회(2024년 3월 4일) / 총 60만 원 / 프로필 촬영용 헤어·메이크업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1회(2024년 3월 5일) / 총 198만 원 / 의정활동용 프로필 사진 촬영, 메이크업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1회(2024년 3월 6일) / 총 5만 원 / 후보자 메이크업(개표방송)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회(2024년 3월 12일, 이체수수료 1건 포함) / 총 4만 500원 / 방송촬영용 후보자 메이크업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1회(2024년 3월 13일) / 총 29만 3000원 / 선거운동준비비용-크로마키 촬영 메이크업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3회(2024년 3월 14일, 3월 24일, 4월 4일) / 총 18만 원 / 출마선언 기자회견 매이크업, 선거사무소 개소식 메이크업 등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1회(2024년 3월 28일) / 총 33만 원 / 후보자 사진 촬영용 헤어·메이크업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1회(2024년 4월 4일) / 총 50만 원 / 사진 촬영용 헤어·메이크업, 스튜디오 대여비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재선)의 경우 2024년 3월 4일 의정활동용 프로필 사진 촬영 비용 및 메이크업 비용(30만 원)을 합산해 198만 원을 1회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를 제외하면 그 이상의 미용 관련 지출은 없었다.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으로 미용 비용을 지불하는 것 자체는 합법적인 사용이다. 방송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 등을 준비하면서 관리를 받는 것 역시 '의정활동'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하게 비용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논란이 반복된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인 지난 2006년 10월부터 2008년 3월까지 600만 원에 가까운 미용 비용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022년 미용실에서 정치자금으로 43회에 걸쳐 630만 원을 결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사적인 활동이 아닌 의정 활동 차원이라면 정치자금에서 헤어·메이크업 비용을 사용하는 걸 제한하기는 어렵다. 정치자금 사용 방식도 정치인마다 제각각이며, 금액의 상한 등도 법문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자금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돼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돼야 한다"며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은 의정 활동 목적으로 써야 한다'는 내용을 동일하게 안내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