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중동 순방 마지막 방문지 튀르키예 앙카라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정책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론에 대해 “흡수해서 뭐 하냐”며 “거기서 생겨나는 엄청난 충돌 어떻게 할 거냐. 엄청난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책임도 못 지는 얘기를 정치인들이 쓸데없이 하느라고 괜히 갈등만 격화되지 않았느냐”며 “갑자기 통일 얘기하면서 ‘대박’이라고 하니까 (북한이) ‘이거 쳐들어오는 거 아냐’라며 철조망 치고, 도로 끊고, 장벽 쌓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비판한 것이다.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중·일 갈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칫 잘못하면 양팔을 잡아 동시에 잡아당기는, 또는 중간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양쪽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 중재하면 우리의 활동 폭을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일 갈등에 대해선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는 원칙론을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나 한국 입장을 설명했다.
지난 22일 한·독 정상회담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대한민국의 대(對) 중국 인식에 대해 궁금하다”고 물었을 때 한 답변도 이 대통령은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군사·안보 측면에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고, 그러나 지리·역사적 관계, 경제적 관계 측면에서는 (중국을) 단절할 수 없다, 적절하게 관리해야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G20 참석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다. 24일엔 튀르키예 앙카라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이집트 정상회담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카이로 공항을 확장할 계획인데 아마 3조~4조원 정도 들지 않을까 한다. 그걸 한국 기업들이 맡아서 확장하고 운영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 공항을 중동·아프리카 허브 공항으로 키우기 위해 35억 달러 규모로 공항 확장·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가장 큰 성과가 있었던 곳으로는 UAE를 꼽았다. “사전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특사로 가서 협업할 수 있는 분야를 많이 정리했고, 구체적인 사업도 발굴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큰 성과가 난 것 같다”고 했다. 강 실장은 지난 18일 한·UAE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방산 분야에서 150억 달러(22조원)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UAE 간 방산 양해각서(MOU)는 체결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K방산 수출을 우호적 외교 관계 형성의 지렛대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방산) 협업을 하게 되면 공동 기술 개발, 공동 생산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이게 군사․안보 협력을 안 할 수가 없다”며 “국가 간 관계가 아주 깊이 안보 측면에서 연관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간 관계도 밀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방산 역량을 언급하며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한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의 1.45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국방비를 현재 지출하고 있고. 전 세계 군사력 5위로 평가받는 나라인데. 전시작전권도 없다”며 “일각에선 마치 외부의 지원 없으면 자체 방위도 못 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데, 이런 상황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당장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하면 그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돈 드는 합동군사훈련 이런 것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며 “ 남북 간의 평화체제가 확고하게 구축이 되면 (연합훈련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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