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를 각각 만났지만, 민감한 중·일 갈등과 관련한 언급은 피했다. 중·일 갈등의 불똥이 한반도로 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만나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치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앞으로도 ‘셔틀외교’를 지속하면서 경제, 안보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회동에선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된 것을 평가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양측의 민감한 현안인 중·일 갈등은 화두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 역시 “타국의 외교 관계에 관한 언급은 삼간다”며 그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 한국이 중·일 갈등에 끼어들게 될 가능성을 선제 차단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시사해 중국의 대대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대만 역린’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정치·외교·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일본에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은 한국에도 우회적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일본 유학 자제령, 일본 영화 상영 금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소유권 주장 등 실질적인 조처를 취해나가고 있다. 한국이 대만 유사시 개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일본과 같은 보복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중국 측 경고라는 해석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미·일 대(對) 중·북·러 대결 구도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경우, 한국이 괜한 갈등에 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를 이해하고 무책임한 발언이 무엇으로 이어지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중국 편을 들었다. 북한 역시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 대표가 일본을 향해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규탄하자 “일본은 도덕적 자격이 없다”고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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