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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문화재 근처 산 게 죄?”…종묘 앞 세운4구역, 보상 없는 규제가 남긴 빚은 725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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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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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561558?sid=001

 

서울시 vs 국가유산청 갈등, 그 사이 속타는 토지 소유주들
‘20년 간 공회전’…사업 지연이자 등 금융비용은 점점 불어나
공익에 의한 재산권 침해 정당한가…세운4구역이 남긴 질문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 완충구역,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존지역 바깥에 있기 때문에 유산 영향평가를 받는 게 무의미합니다. 2023년 철거 이후 매월 이자로만 20억원 등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어요. 누적된 채무만 7250억원입니다.
지난 11일 세운4구역 주민 100여 명의 기자회견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 일대 토지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을 둘러싼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발단은 서울시가 재개발 후 들어설 건물의 최고 높이를 141.9m로 상향하겠다는 발표에서 비롯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시야 일부에 건축물이 등장할 경우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위협받는다며 반발했다. 세운4구역 재개발 논란은 이 같은 사회문화적 쟁점을 가지지만 갈등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사실이 있다. 바로 토지·건물주들이 누적 채무 7250억원을 안게 돼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년간’ 정비사업이 공회전하는 동안 토지 등 소유자는 세입자 이주로 인한 월세 수입의 중단,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이자 부담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을, 국가유산청이 문화유산 보호를 외치며 충돌하는 사이 세운4구역 소유주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된 셈이다.

종묘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이는 찾기 어렵다.

문제는 세운4구역에는 사유재산권을 가진 소유주들이 있고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는 점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애초 350여명이던 토지 등 소유자 상당수는 가운데 상당수는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더는 버티지 못하고 현금청산을 택했다. 현재 남은 인원은140여명으로 줄었다.

 

세운 녹지 생태도심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이들의 고충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 민간 자본으로 세운지구를 재개발하는 과정은 도심 한복판에 5만㎡ 규모의 공원과 13만6000㎡의 녹지, 800여가구 오피스텔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2030년 준공이 이뤄지면 비(非)아파트지만 주택 공급과 함께 서울시 ‘2040 도시기본계획’이 포함된 세운지구 신사업 허브도 만들 수 있다.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헌법 23조 3항


이 같은 청사진이 그려지는 동안에도 소유주들의 비용 부담은 계속 커져왔다. 소유주 개인의 입장에서는 규제는 연장됐지만 보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세운4구역 논란은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의 추구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개인 재산권 보장은 헌법 보장 권리…공익 충돌 시는?



대한민국 헌법 23조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한다. 공공복리에 의해 권리가 제한될 때는 정당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택지 개발을 할 때 토지보상이 이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국가유산청은 “영원히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계유산 종묘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최선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 다 같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할 뿐, 정작 세운4구역 소유주가 겪는 재산권에 대한 보상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해외는 어떨까. 문화재 보존으로 개발 사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6 도시공간정책 컨퍼런스 ‘공간의 혁신 도시의 진화:서울형 용적이양제 발표자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역사보존지구 내 역사적 건축물 보전을 위해 미사용 개발 권리(TDR)을 이전할 수 있는 ‘제너럴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역사보존지구 내 역사적 건축물 보전을 위해 미사용 개발 권리(TDR)을 이전할 수 있는 ‘제너럴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TDR은 개발지역 내 토지 소유자가 규제를 감수하는 대신 다른 지역 개발권 등으로 보상을 받는 개념이다. 옛 조폐국의 개발권을 이전해 미사용 용적을 인터컨티넨탈 샌프란시스코 호텔로 양도해 약 5000만~6000만 달러에 거래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의 경우 옛 도쿄역사를 보호하기 위해 ‘특례용적률적용지구’를 만든 바 있다. 도쿄역 다이마루유(大丸有) 지구 개발 시 역사 보존을 위해 필요한 용적률의 200%분을 남기고 나머지 용적을 지구 내 6개 빌딩으로 이전했다. 보존에 따른 손실을 주변 개발이익으로 메우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종묘 인근 재개발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18일 서울 종로구 종묘 너머로 세운4구역 재개발 지구가 보이고 있다. [연합]



반면 한국은 미국·일본처럼 체계적인 개발권·용적이양(TDR)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미국과 일본 사례는 모두 해당 지역이 규제지구 내 있었다는 점에서 세운4구역 사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세운4구역은 문화재 보호구역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풍납토성엔 보상이 있는데, 세운4구역은 왜…



문화재 보호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지역은 1997년 백제시대 유물이 나와, 풍납토성법에 따라 연평균 약 60필지, 8000㎡가 보상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1993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쓴 보상금은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지역에서도 관련 논의가 계속 나온다. 지난해 충남 부여군에서는 장소미 군의원이 “고도 보존지역 지정에 따른 문화재 발굴 작업으로 재산권을 침해받는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손실의 일부를 지급하는 ‘국가유산 보존직불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문화재 보존으로 인한 사적 손실을 사회 전체가 일정 부분 분담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세운4구역은 원칙적으로는 법의 테두리(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등) 밖에 있어 기존 문화재 보상의 틀에선 다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종묘 경관에 영향을 끼치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계획 관련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가유산청 등 정부에서도 무한정 보상만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 보호와 정비사업지 내 개인 재산권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준과 범위를 둘러싼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전문가는 도심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고려한 행정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가유산청이 종묘 보존을 전제한 개발안을 제시해 소유주와 시민의 의견 차를 좁혀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낮아지는 사업성에 대한 보상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지, 무조건 한 쪽이 반대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 교수는 “문화재 보호만큼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편과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계획의 본질도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사회가 고민해 봐야 하는 부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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