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영조~정조 시기의 선비였던 유만주가 13년이란 긴 기간동안 쓴 일기 흠영
막 20살이 된 젊은 선비였던 유만주는 과거공부를 하다가 복습에 가장 적합한게 일기라고 생각해서 일기쓰기를 시작함
일기 초반의 내용은 그야말로 젊음에서 나오는 패기와 꿈얘기, 일상얘기가 나오고 후반부로 갈 수록 점차 자신감을 잃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줌

새해에 차례지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명절이나 축제에 가기도 하고 꽃구경이나 사신 구경등 일상을 즐기며
독서나 지도덕질, 문방구 구매등 취미생활에 몰두하기도 하고 집안일을 도우며 평범한 가장노릇도 해나감

유만주는 성격이 상당히 소심해서 대뜸 노비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데도 거기서 화내며 꾸짖지도 못했고
어디가서 요리를 대접받았는데 먹는법을 몰라서 어물쩡 거리다가 제대로 못 먹고 오기도 하고
이런 내용을 전부 일기에 쓰면서 다음엔 그러지 말자! 성격 고치자!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줌.
어느날은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을 보며 넓은 세상과 작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는등 상당히 감성적인 모습을 보임.

유만주는 책을 읽는건 좋아했지만 시험을 잘 못보는 타입이라서 과거시험도 매번 낙방.
역사가가 되어 이름을 남기겠다는 목표가 있던 유만주는 사관이 되는 꿈을 꾸거나 자기가 책을 내서 유명인이 되는 상상을 하며 신내다가도
과거시험 한번 못 붙는 현실을 떠올리고 평생 이룬거 하나없는 자신이 무슨 소리냐며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하고
어느날은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데 시험 하나로 능력을 판단하는게 맞냐'며 욕하면서도 남들 눈초리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여줌.

그리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2년이 지났을때 아버지의 부임을 따라 경상도 제천~단양에 가서 생활했는데
한양 촌놈이였던 유만주는 처음엔 문화적으로 발전된 서울과 뒤떨어진 시골을 비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곳에서 서울의 반복적인 삶과 다른, 자연과 사람들의 정에 감동받아 죽기전까지 그때의 생활과 풍경을 그리워함

서울에 돌아온뒤엔 이삿집을 알아보다가 세상물정 모르는 수험생을 노린 중개인에게 걸려
거품낀 값으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부동산 사기를 당했는데 뭐라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그나마 새집의 정원을 예쁘게 꾸미는 걸로 고시생활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나 했더니
아버지가 옥사에 연루되어 파면당하면서 가세가 기울자 집을 팔고 작은집으로 가게되며 다시 우울증에 빠짐

자존감이 없어진 유만주는 날 알아주는 진짜 친구가 없다면서 인간관계를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30대가 되어 본인의 건강과 재정이 나빠지고 자식들도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됨.
그럼에도 일기를 계속 쓰며 자신을 계속 돌아보고 위안을 얻는 수단으로 삼음.
일기는 병약했던 첫째 아들이 먼저 죽고 장례를 마치며 상심해 희망을 놓았다는 내용으로 끝나고, 유만주 본인도 한달 뒤 34세로 세상을 떠남
죽기전에 유언으로 일기는 태워달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던 아버지가 남겨 현대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고.
덕분에 250년전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