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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독]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익, 민간업자 ‘한호건설’이 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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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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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라는 공익을 명분 삼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 위치한 ‘세운4구역’ 용적률을 애초 계획의 두 배인 1094%로 올린다고 2025년 10월30일 고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계획 변경에 따라 20년 가까이 이어진 논의 끝에 정해진 20층 안팎의 건물 높이가 38층(145m)으로 높아지게 됐다. 이에 분양 면적 역시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세운4구역의 개발이익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개발이익이 특정 민간 개발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겨레21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오 시장 당선 이후 세운4구역 토지를 미리 매집한 민간 개발사가 이 구역 개발이익의 30% 가까이 가져가는데, 서울시는 용적률을 높이면서도 초과이익을 환수할 장치를 만들지 않았고, 사업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공사비의 4%만 수수료로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토지 지분 10%로 개발이익 27% 챙기는 구조



 

세운4구역은 2018년 6월 지하 6층, 지상 20층 설계로 ‘사업시행계획인가’(재개발·재건축의 주체인 조합이 정비사업 계획을 허가받는 행위)를 받고, 2020년 2월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정비사업 시행 후 대지와 건축물의 권리 배분을 정하는 행위)가 고시됐다. 이후 2022년 6월 코오롱글로벌을 시공사로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기존 건축물을 해체한 뒤 매장문화재(현 매장유산) 정밀 발굴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2022년 10월 이후 공사가 멈춘 상태다.

그사이 서울시에 권력 교체가 일어났다.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1년 뒤인 2022년 4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도심지를 고밀·복합 개발해 녹지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도심 건축물 높이 규제를 완화하고 그 대가로 얻는 기여를 공원과 녹지로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서울시는 2022년 10월 ‘세운지구 재정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오 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2021년 4월 이후부터 ‘세운지구 재정비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2022년 사이, 세운3구역과 세운6구역 재개발 시행사이던 한호건설그룹은 자회사 등의 명의로 세운4구역 토지를 집중 매입했다. 한겨레21이 종로구 종로4가·예지동·장사동 일대의 세운4구역 지적도를 바탕으로 302개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전수조사해보니, 한호건설그룹의 자회사인 로스타·에이치케이에스(HKS)인베스트먼트·더센터시티가 32개 필지의 토지소유권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필지 면적의 10.6%에 이른다. 302개 필지 가운데 서울시와 SH 등 시정부가 소유한 필지를 제외하고 민간이 보유한 땅은 모두 118개 필지인데, 이 가운데 한호건설그룹이 소유한 땅이 27.1%에 이르는 것이다.

 

시행사 SH는 달랑 공사비 4% 수수료



 

세운4구역에서 SH가 수용한 토지는 전체 필지 면적의 60%가량이다. 그런데 SH는 개발이익을 배분받더라도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 서울시가 공개한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문건을 보면, SH는 세운4구역 개발과 관련해 ‘공사비의 4 % 수준’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을 뿐이다. 그러니 나머지 39%의 토지주들이 빌딩이 완공된 이후 개발이익을 대부분 배분받게 되는데, 이 39%의 토지 가운데 한호건설그룹이 27.1%를 소유하고 있어 개발이익 중에서도 27.1%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세운4구역 개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시행사인 SH는 60%의 권리로 개발이익을 배분받더라도 공사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매몰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용적률 상향으로 발생할 개발이익을 1조원대로 보는데, 여기에서 민간 토지주들에게 돌아갈 3900억원 상당의 개발이익 가운데 27.1%가 한 명의 민간 개발업자(한호건설그룹 신종전 회장)에게 돌아가는 게 지금의 세운4구역 개발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한호건설그룹이 세운4구역 토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때는 2022년 11~12월이다. 고층 상가가 있던 곳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종묘를 바라보는 종로4가 대로 인근의 토지를 사들였으며, 폭 2m도 되지 않는 좁은 골목길로만 이뤄진 필지나 7평짜리 ‘초미니’ 토지까지 깨알같이 사모았다. 대부분의 땅을 로스타가 매입했고, 에이치케이에스인베스트먼트가 2곳, 더센터시티가 1곳을 매입했다.

한호건설그룹은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으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업이다. 세운상가 재개발과 관련된 여러 특수목적회사와 자회사를 두고 있다가 2022년 11월 디블록자산운용㈜을 만들어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수목적회사와 자회사들에 각각의 법인 대표가 있지만 지분 구조를 보면 사실상 신종전 회장을 중심으로 자녀들이 운영하는 가족기업 형태다. 게다가 한호건설그룹은 도시계획국 팀장을 지내며 세운상가 등 도심부 재개발 사업의 실무 책임자이던 고위 공무원을 세운지구를 개발하는 자회사 대표로 영입했다.




한호건설 위기 때마다 등장한 서울시



 

한호건설그룹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신종전이 과거 횡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이명박 정부 때 사면·복권됐는데, 그사이 한호건설그룹의 부동산개발업 허가가 취소된 적이 있었다”며 “이후 상호를 변경하거나 자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는데, 특히 서울시 관련 개발사업을 많이 따냈다”고 말했다. 세운4구역의 토지주였던 이는 한호건설그룹에 대해 “한호건설그룹 ㄱ본부장이 ‘우리는 서울시 고위직 공무원을 영입해 작업이 수월하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호건설그룹이 세운지구를 개발·분양하는 사업을 하면서 위기에 빠질 때마다 공교롭게도 서울시가 나타나 정책을 변경하며 구세주가 돼주곤 했다는 점이다. 2024년 7월 금융감독원이 부동산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한호건설그룹은 세운3구역 부동산대출 연장 실패 위기를 맞았다. 이때 대주단(자금대출 금융사)은 ‘△세운지구 통합개발 승인 △용적률 상향’을 대출 만기 연장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같은 달 SH가 세운4구역 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며 ‘개방형 녹지 조성’을 이유로 ‘용적률 2배 상향’을 요구했다. SH의 세운4구역 계획 변경안은 애초에 구역별로 분리해서 개발을 추진했던 세운지구를 다시 통합해서 개발하겠다는 정책 전환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호건설그룹의 세운3구역 부동산대출 만기도 연장될 수 있었고, 한 달 뒤엔 디블록자산운용이 세운3구역 통합개발 인허가를 획득했다.

이렇게 서울시와 한호건설그룹의 커넥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호건설그룹이 세운4구역 땅을 집중 매입한 시점이다. 39%의 민간 토지주들이 모인 주민대표자회의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호건설그룹 ㄱ본부장이 2021년부터 여러 차례 찾아와 땅을 팔고 싶어 하는 지주들을 알아봤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주민대표자회의 관계자는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ㄱ본부장이 여러 차례 와서 땅을 사드릴 테니 팔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한참 졸랐다”며 “그때 신종전 회장도 봤다”고 말했다.

 

“‘구청 아닌 서울시와 직접 협상’ 말하고 다녀”



 

문제는 한호건설그룹이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 2021년은 서울시의 용적률 상향 계획이 마련조차 되지 않았을 때다. 종로구청이 세운4구역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안을 제출한 시점은 2023년 3월이고,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발표한 건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23년 10월이다. 한호건설그룹의 땅 매입 시기를 지켜본 재개발 관계자는 “그때 이미 한호건설그룹이 ‘우리는 구청이 아닌 서울시와 직접 얘기해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서울시와 직접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한호건설그룹이 땅을 사들인 뒤 주민대표자회의 관계자들 역시 “이제 ‘프로’가 왔으니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호건설그룹은) 서울시와 직접 연결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고 했다. 종합하자면, 한호건설그룹이 서울시의 세운4구역 용적률 상향 정책 발표 2년 전부터 이미 정책 변화를 예측한 듯 이 구역 토지를 집중 매입했고, 토지주들 역시 한호건설그룹과 서울시의 관계를 보고 이 구역 개발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 예측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와 한호건설그룹의 커넥션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또 있다. SH는 최근 세운4구역의 용적률을 높이게 된 이유를 묻는 한겨레에 “2023년 3월 주민대표자회의로부터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등을 반영한 계획 변경을 요청받아 추진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운4구역 재개발을 잘 아는 관계자는 “그 주민대표자회의의 실체가 바로 한호건설그룹”이라며 “2023년 3월이면 주민대표자회의가 연락과 문서 수발을 담당할 1명의 상근자만 두고 있어 실무력이 없던 때였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한호건설그룹의 의견을 받아 세운4구역 개발계획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민간 개발사인 한호건설그룹이 세운4구역 땅을 집중 매입한 뒤 서울시가 이 구역 ‘주민대표자회의’로 포장된 민간 개발사의 개발계획 변경 의견을 받아 이 구역의 사업성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 방안 없이 민간 개발사의 이익만 극대화해주는 정책 설계에 ‘녹지생태도심 재창조’라는 공공성의 외피까지 입혀준 셈이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라는 공공성 외피까지



 

한겨레21은 한호건설그룹에 ‘세운4구역 땅을 사들인 까닭’과 ‘용적률 상향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신종전 한호건설그룹 대표는 “세운 4구역은 SH공사가 시행사로 관련 인허가 등을 SH공사에서 담당하고, 한호건설그룹은 전체 토지 면적의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고만 밝혀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행사인 SH에 문의하라”고만 말했다. SH는 “한호건설그룹 관계사의 세운4구역 토지 지분은 전체 토지의 10%로 파악되며, 추가 이익 대부분은 공공기여로 회수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구체적인 회수 계획에 대해선 “세운상가군 매입 기부채납, 문화시설, 공공임대상가 등으로 쓰일 것”이라고 답해왔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52681?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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