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211975?sid=001
한·미 팩트시트 발표 후
7개 기업 총수들과 회동
경제계와 원팀 '후속 논의'
기업활동 장애 최소화 약속
R&D 등 모험적 투자도 강화
李, 국내 투자·고용 위축 우려
"가급적 마음 써달라" 당부도
'노동과 경영의 양립' 강조한 李
"대기업 좀 더 관용적이었으면"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약 2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김범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첨병은 기업”이라며 국내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4일 한·미 양국 간 무역·안보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정부와 기업이 ‘원 팀’으로 한국 경제를 도약시키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여러 차례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런 구상을 구체화할 정책이 나올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힘 있게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주요 역할”이라며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정말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친기업·반기업 이런 소리를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도 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노동계 등 진보 진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기업 활동 지원을 통한 경제 성장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참석한 기업 총수들에게 “여러분에게 정말 필요한, 제일 큰 게 규제 (완화) 같다”며 “규제 완화 또는 해제, 철폐 중에서 가능한 게 어떤 게 있을지를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신속하게 정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규모 국내 투자·고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콕 집어 알려주면 자신이 직접 문제 해결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첨단 정보기술(IT)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정부 재정이 직접 흘러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도 시도하겠다고 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미래 분야 필수 연구개발(R&D)과 성장 가능성은 보이지만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영역에 정부가 후순위로 투자하는 방식 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모험적인 투자를 강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동원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합의한 연간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를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하는 여파로 국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대적인 대미 전략투자로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국내 투자를 독려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국내 기업들은 총 1500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겠지만, 비슷한 조건이라면 가급적 국내 투자에 더 마음을 써 달라”며 “특히 균형발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근로자 처우 측면에서 대기업이 일정 부분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 측면에서 임금 착취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노동 비용을 줄여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는 점은 (경영계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기업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용적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적인 대대적 논쟁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이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