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민생회복소비쿠폰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31일, 채널A '뉴스A'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때 정책실장이 했던 김수현이라는 분이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는데, 그분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은 과잉 유동성, 유동성이 많이 공급돼서 그것이 금융 시스템을 통해서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거다 말을 복잡하게 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마디로 '정부에서 돈 풀어서 부동산 오른다' 이 얘기이다"라며 "지금 이재명 정부 들어서 이미 한 번 풀었다. 두고 보시라"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에도 풀고 내후년에도 또 소비 쿠폰 한다고 그럴 것이다"라며 "이런 것들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지 다른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의 주장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 민생회복소비쿠폰인지 <오마이뉴스>가 검증했다.
[검증 내용①] 과거 소비쿠폰 지급, 유동성에 '단기적' 영향만 미쳐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을 포함해 정부는 몇 차례 '긴급재난지원금' '민생회복소비쿠폰' 형태의 이전 지출을 감행한 적이 있다. 지나치게 경색된 상권에 잠시나마 숨통을 트이게 만들겠다는 일종의 '긴급 처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부 지출의 단기적인 '유동성' 효과는 널리 인정된다. 하지만, 단순히 '유동성 증가=자산 시장 가격 상승'으로 도식화할 경우, '민생회복소비쿠폰 지급=주식 시장 활황'이라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유동성 증가가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그 효과가 단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속되어 자산 시장으로 유입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과거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4~6주 이내'에 집중적인 효과를 보였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이 2020년 12월에 발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 전체 신용·체크카드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7.3% 증가, 이후 증가폭이 점차 축소(7·8월 6.1% 수준)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후 소비 진작 효과가 발생하지만, 가계 소비 패턴은 대체로 평균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른바 '단기 펄스 효과(short pulse effect)'이다. 한국의 소비쿠폰은 그 규모가 한정적이고, 용도에도 제한이 걸려 있으며, 사용을 위한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체감경기지표의 점진적 개선은 있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자산 시장'에 가격 상승을 불러 일으켰다고 볼 만한 실증적인 연구나 지표는 찾을 수 없다.
지원금으로 인해 늘어나는 유동성은 '일시적 소비 촉진'을 위한 주입일 뿐, 순환 자금(투자자금)으로 전환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민생회복소비쿠폰 재원이 상당 부분 국채 발행(시중 자금 흡수)을 통해 조달되는 만큼,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경우(양적완화)를 제외하고는 시중 유동성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증 내용②] 전문가들, 민생회복쿠폰 추경의 유동성 영향 작게 봐
정부의 대규모 추경 편성 등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KDI는 과거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 위기' 보고서를 발간하며, '통화량이 1% 증가하면 주택 가격이 1년에 걸쳐 0.9% 상승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KDI 역시,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소비쿠폰'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본 바 있다.
<조선비즈>의 지난 6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정대희 KDI 거시·금융정책 연구부장은 당시 13조2000억 원 규모의 소비 쿠폰 지급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추경을 두고 "현재 집값이 급등하는 데는 정권 교체 이후에 대한 기대감 등 단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추경의 규모와 경기침체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코로나19 당시 만큼 강력한 유동성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회복소비쿠폰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따지면 현재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더 집값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주택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시가 SH를 통해 부동산 시장에 매년 막대한 돈을 부동산 시장에 들이붓고 있다"라며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민생회복소비쿠폰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엄청난'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에 확대하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이) 그 정책부터 멈추고 비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또한 선행 연구들과 달리 유동성과 주택시장 가격에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동향 및 유동성과의 관계'(2021, 한국디지털정책학회)는 "유동성은 오히려 주식시장과 역(-)의 관계를 보이거나 주택시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어 기존 연구와 다르게 나타났다"라며 "그 이유는 유동성이 주식시장 및 주택시장과의 관계에서 시간차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판단되었다"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결론] 거짓
전통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금리, 향후 부동산 공급 전망 등이 꼽혀왔다. 기본적으로 자산시장 반응은 '금리'에 훨씬 민감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소비쿠폰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나 통계는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KDI나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은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 지난 7일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단기적인 소비 자극보다 일자리 주택 인프라 등 실물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투자가 진정한 민생 회복의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는 "과도한 현금성 재정지출이 시중 유동성을 팽창시켜 자산시장, 특히 주택시장에 상승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경제 원리"라며 "가계는 소비쿠폰으로 생활비를 절약하거나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그 자금이 금융·부동산 등 수익성 높은 자산시장으로 흘러간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급이 제한된 서울의 주택시장에서는 이러한 유동성 팽창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통화량-현금 유동성과 주택 시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선행 연구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액수와 용도, 사용기한이 정해진 민생회복소비쿠폰이 통화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특히, 이같은 소비쿠폰 형태의 이전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대출과 같은 '부채 기반 유동성'은 민생회복소비쿠폰 등과는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을 "거짓"으로 판정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94800?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