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복숭아 과수원에 위치해 한적하면서도 시원한 복숭아 음료와 함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니, 저도 가보고 싶네요!”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댓글은 ㄱ업체가 ‘블로그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을 홍보하며 인공지능이 만든 사례로 제시한 것이다. ㄱ업체는 한달에 약 10만원, 1년에 40만원에 자동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원본 글 내용을 요약·분석한 뒤, 작성 과정을 거쳐 30초 만에 자연스러운 댓글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30일 이용 시 최대 1만2000개의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업체의 홍보 글에, 한 이용자는 “일 잘하는 알바를 채용한 것 같은 기분”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유튜브와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댓글을 달거나 추천 수를 올려주는 프로그램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단순 홍보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누리꾼이 ‘여론’으로 여기는 댓글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도박·피싱 등 불법 누리집 홍보에까지 악용돼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포털 누리집 등을 10일 보면, 간단한 검색만으로 인공지능으로 댓글이나 추천 수를 올려준다는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ㄴ업체 프로그램은 유튜브 등 동영상 링크를 입력하면 30분 이내에 내용과 관련된 자연스러운 댓글을 달아준다고 홍보했다. 이 업체는 유튜브 댓글 100개당 3만9500원, 좋아요 100개당 2900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아예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와 구글 시트를 이용해 유튜브에 자동 댓글을 다는 ‘챗봇’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하는 업체도 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댓글은 당장 온라인 여론 조작 우려로 이어진다.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미 리박스쿨 등 사례에서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을 위해 조직적인 팀이 운영되고 계획이 실행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그 실행이 훨씬 쉬워질 것”이라며 “댓글 창이 ‘투기장’으로 변할 우려가 큰 만큼 에이아이 환경에 맞는 댓글 대응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도 인공지능 기반 탐지 시스템으로 문제 있는 댓글을 걸러내지만, 이를 회피하는 각종 ‘꼼수’와 기술 발달이 만만치 않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7570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