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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달기 위한 정당을 만들고 있다더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지금은 별다른 제한 없이 걸 수 있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고강도 규제 추진을 지시했다. 혐오를 조장하는 현수막이 우후죽순 내걸리며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통과된 정당 현수막 규제 완화 법안이 정권 교체 이후 다시 제한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혐오 표현이 들어간 현수막과 관련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현수막을 달기 위한 정당을 만들고 있더라"며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당에서 그런 거라고 철거를 못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최초의 입법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악용 사례"라고 비판했다.
현행 정당법상 정당은 1개 동마다 2개씩 현수막을 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정당만 설립하면 아무나, 어떤 내용으로든 현수막 게시가 허용돼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현행법 안에서 하는 건데, 정당이라고 현수막을 거의 무제한으로 걸 수 있다"며 "현수막을 걸기 위한 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그게 무슨 종교 단체와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통사고 위험도 크고 보기 너무 안 좋다"고도 덧붙였다.

2024년 2월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에 정당 현수막들이 난립해 있다. 인천시 제공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정당 현수막이 혐오를 유발하고 교육에 역효과가 있을뿐 아니라 정당 혐오를 유발해 부작용이 심대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이걸 허용한 걸 이젠 안 하는 걸로 바꿔야 할 것 같다"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를 지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이런 지시에 대해 "정당 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문제라고 하지만 질서와 공익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법(옥외광고물법 또는 정당법) 아래다가 '정상적인 목적과 활동에 위배되는 현수막은 달 수 없다'고 하면 입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상적인 목적'이라는)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며 "정당이라고 아무 데나 막 달 수 있게 하는 거 아니냐. 그 법을 없애야 한다. 특혜법"이라며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22년 완화된 정당 현수막, 2023년말 재강화
현수막은 지정된 게시대 이외 장소에 달려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22년 국회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이 거는 현수막은 이 같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법안 대표발의자는 김민철 민주당 의원이었고,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으며 법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후 '현수막 공해'라는 지적이 쏟아지며 국회는 정당 현수막을 읍면동 별로 최대 2개씩만 걸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을 2023년말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게시대 외에 읍면동별로 최대 2개씩 걸 수 있는 현행 조항도 지나친 특혜라는 뜻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