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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연중기획│지방소멸에 산소호흡기를⑬]
AI 인프라 1곳의 경제적 파급 효과 5000억원…전남·경북에 깔린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기대감…전력 수급·주민 반발 등은 변수
인공지능(AI)이 지방의 산업 지도를 재편할 수 있을까. 지방 도시들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품게 되면 수도권에 갇혀있던 디지털 혈류가 지역으로 흐르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의 핵심을 AI로 점찍은 지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을 'AI의 심장'이 뛸 거점으로 낙점했다. 울산에 이어 경북 포항, 전남 해남 등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데이터와 인재가 모이는 거대한 인프라가 구성된다.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지역주민 반발 등이 변수로 지적되는 가운데, AI 동맹으로 구축될 데이터센터가 지방소멸의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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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한국 지방에 데이터센터 구축 예정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투자가 구체화됐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공급을 약속했다. 정부가 2028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힌 5만 장을 훌쩍 웃도는 수준으로, 한국이 확보량 기준 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 물량이다. 투자금과 GPU라는 물적 자원이 충족되면서 한국에도 AI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그동안 다른 국가들로 눈을 돌리던 빅테크들이 새로운 거점으로 한국을 택하면서 한국형 AI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동맹'으로 들어서게 되는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데이터센터 후보지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발전소 인근이나 수자원 접근이 용이한 해안가 등이 거론된다. 인천과 경기 일대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한 AWS는 지난 6월 SK그룹과 함께 울산에 AI 특화 데이터센터인 '울산 AI존'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삼성·SK와 함께 경북 포항과 전남 지역에 전용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26만 장의 GPU 중 5만 장은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에 투입될 예정으로,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렇게 될 경우 업계는 SK-오픈AI의 데이터센터가 광주광역시로 향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재생에너지 산단 ⓒ해남군 제공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역 산업 생태계의 판이 바뀔 수 있다. PwC의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직접 일자리 1개당 약 6배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한다. 실질적 고용뿐 아니라 전력, 냉각, 보안, 통신, 유지·보수 등 연관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산업 기반과 연결돼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데이터센터 1곳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가 중소기업 1곳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허브' 오하이오주의 경우,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데이터센터 산업이 약 9만5000개 일자리를 지원하고, 118억 달러(약 15조원)를 지역경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규모라면 경제적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라남도는 오픈AI와 SK가 추진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가 20MW(메가와트) 규모로 구축될 경우, 500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1200~1500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MW로 확장될 경우에는 5조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1만2000~1만5000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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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AWS와의 협력을 통해 구축하는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조감도 ⓒSK그룹 제공
수도권 데이터센터 17건이 공사 지연…정부, 인식 개선에 집중
GPU 26만 장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2.7~4.4TWh(테라와트시)로 추산된다. 1년 내내 '풀가동'을 전제로 하면, 인구 20만 명 도시 1~2곳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업계는 전력 공급이 AI 산업 확장의 병목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포항의 전력 자립률은 215.6%로 전국 1위다. 2028년 완공 예정인 동포항변전소가 가동되면 최소 200MW 규모의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다. 오픈 AI가 데이터센터 입지로 포항을 검토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전력망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수도권 전력은 이미 포화상태고, 고리2호기 재가동 결정도 연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를 전력 여유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략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한 권역별 전략이 필요하다"며 "호남은 재생에너지, 영남은 원전이 풍부한 만큼 전력망이 안정적인 지역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구축 필요성이 떠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 주민들 반발이다. 세빌스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33건 중 절반 이상인 17건이 주민 민원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최근 서울대 시흥캠퍼스의 AI컴퓨팅센터 설립은 전자파 우려 등으로 중단됐고, 경기도 고양이나 용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를 외딴 산업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와 연계된 공공 인프라로 인식시켜야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인식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9월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의 154kV, 22.9kV급 고압선 전자파 수치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 기준의 1%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일부 데이터센터 인근에는 전자파 신호등도 설치해 주민이 직접 전자파 수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안산에 자체 첫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2조59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등을 발표하면서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ICT 설비를 넘어 지역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도 약속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