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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독] 권성동의 필리핀 사업 압박 담긴 기재부 기밀 문서 나왔다
2,020 12
2025.11.10 08:46
2,020 1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52612

 

기재부·수은 ‘권성동 압박’ 의혹 끝내 부인했지만… 직접 작성한 내부 자료에 압박 정황 수두룩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11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11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구속 기소)이 7천억원 규모의 필리핀 토목 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을 지원하도록 기획재정부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확인됐다. 의혹을 전부 부인해왔던 기재부가 실제로는 직접 권 의원의 압력 정황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만든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겨레21은 권 의원이 필리핀 토목 사업에 EDCF 차관을 지원하도록 기재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압력을 가한 정황이 담겨 있는 ‘필리핀 피비비엠(PBBM)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 관련 보고’ 문서(사업 보고서) 등을 단독 입수했다. 이 문서는 기재부 개발전략과가 2024년 5월22일 작성해 상부에 제출한 보고서로 ‘국장급 이상’이 열람할 수 있는 보안 수준의 문서다. 수출입은행이 2024년 5월17일 필리핀 농업개혁부(DAR) 차관과 면담 후 작성한 ‘면담 결과 보고’(면담 보고서)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2024년 2월14일 보고한 ‘필리핀 PBBM 사업 지원 검토’ 보고서(검토 보고서)도 참고자료로 첨부됐다.

한겨레21이 2025년 9월8일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EDCF 지원 곤란” 판정 뒤집혔다’ 기사에서 보도한 내용 대부분이 이 문건에서도 확인된다. (제1580호 참조) 정부가 사업 부실 리스크, 유지보수 부실 가능성, 부정부패 논란 등의 이유로 7천억원 규모의 필리핀 토목 사업에 대한 EDCF 차관 지원을 거부했는데, 권 의원이 2024년 2~5월 최소 세 차례(2024년 2월 초, 5월 초, 5월 말) 기재부에 이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한겨레21 보도의 뼈대다.

 

기재부 보고서에 찍힌 권성동의 구체적인 ‘압박’



사업 보고서에는 권 의원이 이 사업에 개입한 사실이 두 차례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먼저 “24.5.9일 권성동 의원 사업 지원 검토요청”이라는 기록이 나오고, 이후 “24.5.21일, 권성동 의원의 요청으로 의원실 방문. 권 의원은 ‘필’ 대통령 숙원사업으로 필리핀 외교 관계를 감안, 동 사업의 지원 요청”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권 의원이 ‘필리핀 농업개혁부(DAR) 장관이 2024년 5월29일 방한하면, 기재부의 고위급 인사가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 사업 보고서가 작성된 2024년 5월은 기재부가 필리핀 정부로부터 EDCF 차관 지원 요청을 받아 지원 여부를 심의한 뒤 2024년 4월 필리핀 정부 쪽에 ‘지원 거부’ 서한을 보낸 직후다. 한겨레21이 보도한 세 차례의 압박 가운데 두 건이 기재부 사업 보고서에 기록된 셈이다.

사업 보고서에는 또 수출입은행 필리핀 EDCF 사무소가 권 의원의 압력에 못 이겨 2024년 5월17일 필리핀 농업개혁부 관계자들과 만나 “기존 입장대로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는데, 여기서 “(필리핀 정부가) 권 의원을 통해 불만 제기”했던 대목도 등장한다.

아울러 사업 보고서에는 기재부가 왜 애초 이 사업이 ‘부실사업, 부정부패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사업 보고서에 첨부된 검토 보고서를 보면, △필리핀 전역에 산재한 350개 지점에 교량을 설치하는 데 리스크가 크다는 점 △우리나라 기업의 입찰 참여 의향도가 낮다는 점 △여러 지점에 교량을 설치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허가 획득 비용이 크다는 점 △공사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 등이 사유로 제시됐다. 이 문서는 권 의원의 압박이 시작되기 전에 작성됐는데, 최상목 전 부총리에게 2024년 2월14일 보고됐다고 적혀 있다.

 

거듭된 압박에 기재부, ‘불가→타당성조사’ 선회



앞서 권 의원은 한겨레21 보도가 나간 직후인 2025년 9월9일 취재진에게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회의원 개인이 이(EDCF 차관 사업)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 의원의 말처럼 권 의원은 EDCF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그는 ‘윤핵관’(윤석열 쪽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면서 윤석열 정부 동안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맡은 핵심 권력자였다. 그가 하는 ‘요청’의 무게가 달랐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사업 보고서를 보면, 권 의원이 압박을 가한 이후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의 판단이 점점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재부는 2024년 2월12일 검토 보고서에서 부정부패 논란 등의 사유를 언급하면서 “EDCF 지원이 어려움을 서면 통보함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냈다. 실제로 정부는 4월 필리핀 정부에 지원 거부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권 의원의 지원 재검토 요청 뒤 수출입은행이 5월17일 작성한 면담 보고서에는 “사업 추진의 어려움이 있고, 재검토를 위해서는 보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 의견이 적혔다. 지원 거부 결정은 유지됐으나, ‘재검토’가 언급되는 등 2월까지 강경했던 거부 의사가 온건해졌다.

권 의원이 재차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을 압박한 뒤 작성된 5월22일 기재부 사업 보고서에는 “사업 관리의 어려움, 국내기업 참여 불확실, 사업 부실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으나, 수원국의 강한 의지로 사업 지원을 요청”했다며 ‘350개 교량 가운데 50개 정도 교량 사업을 시범 실시해보자’는 취지의 의견이 실렸다. “시범사업의 이행 성과를 보고 나머지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도 덧붙였다.

실제로 기재부는 이 의견대로 2024년 10월 수출입은행의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건설사업 타당성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기존의 350개 교량에서 70개 교량으로 규모를 줄였다. 타당성조사는 사업이 진행되기 전 사업 수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조사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한겨레21의 보도 하루 뒤인 2025년 9월9일 사업 중지를 지시하고 나서야 절차가 중단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사업 타당성조사에 지출 예정된 금액이 16억3천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6억원은 타당성 조사 용역 낙찰 업체에 이미 지급됐다.

 

의혹에 끝까지 거짓말 일관한 기재부·수은



그동안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권 의원의 압력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영진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아국 기업의 참여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되어 EDCF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일부 기업이 필리핀 농업개혁부 앞으로 사업 참여 의향을 표시해 사업타당성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입이라도 맞춘 듯 똑같이 답변했다. 이 답변은 허위다. 기재부 보고서에서 최초 이 사업 지원을 거부한 까닭으로 꼽은 부정부패 논란, 사업 부실 우려, 유지보수 부실 가능성 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기재부는 권 의원의 요청과 압력 의혹에 대해 2025년 9월3일 “처음 듣는다. 알아보겠다”고 한겨레21에 말한 뒤 더 다답변하지 않았다. 기재부가 권 의원의 압력, 최소한 차관 지원 요청 사실을 부처 안에서 파악하고 문서로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음에도 허위 답변을 제출한 셈이다.

기재부는 의혹 제기 두 달만에서야 처음으로 권 의원의 압력 의혹 일부를 인정했다. 기재부는 2025년 11월7일 김영진 의원실의 질의에 “(2024년 5월21일) 권성동 의원 요청에 따라 우리부 관계자가 해당 의원실을 방문한 바 있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그러면서도 권 의원의 압박 정황이 기록된 사업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EDCF 사업 검토와 관련된 문서에는 외교관계 사항 등 비공개로 관리해야 하는 정보가 포함돼 있어,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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